손사법인-보험사 위수탁계약서 보니
롯데손보, 주요 업무부실에 민원 포함
“우는 아이에 보험금 더 주는 꼴”


<편집자주> 보험사가 손해사정사에게 ‘갑질’하지 못하도록 막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보험사에서는 손해사정 고유의 업무와 무관한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해 공정한 보험금 평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금융신문은 지난해 보험사와 손해사정법인간 체결한 위·수탁계약서를 살펴봤다.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겠다는 피해자의 엄포만으로도 서베이(조사업무)는 위축된다. 보험사가 민원에 민감하게 대응할수록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주는 심정으로 같은 사안에 더 많은 보험금을 책정한다.”

한 손해사정법인 관계자의 이야기다. 

대한금융신문이 입수한 지난해 롯데손해보험과 한 손해사정법인간 위·수탁계약서에 따르면 보험계약자나 보험금 청구권자(피해자) 등이 대외기관에 민원 등을 제기한 경우 산정된 보수의 50%를 삭감지급<표 참고>토록 하고 있다.

불특정다수에게 발생할 수 있는 민원을 손해사정업무 중 발생하는 주요 업무부실로 보고 보수료 삭감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외 업무부실에는 △손해사정업무에 태만하거나 △손해사정보고서 제출을 지연하거나 △보고서상 여비, 교통비 등을 허위·부실 청구할 경우 등이 담겨있다.

한 손사법인 관계자는 “보험계약자나 피해자라면 어떤 구실로도 금감원 등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라며 “해당 조항이 계약서상 있으면 민원 발생을 신경 쓰느라 제대로 된 손해사정 업무를 진행하기 어렵다. 실상 계약서로 보험사의 민원처리 업무를 떠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해 체결된 현대해상의 위·수탁계약서에서도 손사법인의 업무부실에 따른 보수료 50% 삭감지급 조항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민원은 예외다. 실상 민원 발생을 방지하는 업무를 보험업법 제189조(손해사정사의 의무 등)에 따른 손해사정사의 업무범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보험계약자나 피해자라면 어떤 구실로도 금융감독원 등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수료 삭감 항목에 포함되기엔 불공정한 계약이라고 본다. 

민원 제기에 따라 보험금 액수나 지급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공정한 손해사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롯데손보 관계자는 “매년 표준계약서를 통한 위탁계약 갱신 시점은 4~5월 경이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손사 관련 법률과 관련한 내용은 올해 갱신 시점 반영할 예정”이라며 “타사도 아직 해당 조항이 남아있어 올해부터 삭제 반영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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