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젖산발효·효모 등 발효부터 다르게 접근
증류 원액 재증류도 ‘음양향’ 등 담아내

경기도 파주의 신생 양조장 ‘미음넷증류소’에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향기를 모은 증류소주를 생산하고자 한다. 사진은 송충성 대표(오른쪽)과 성민창 이사가1톤짜리 증류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다.
경기도 파주의 신생 양조장 ‘미음넷증류소’에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향기를 모은 증류소주를 생산하고자 한다. 사진은 송충성 대표(오른쪽)과 성민창 이사가1톤짜리 증류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다.

치열하다. 대개의 양조장이 온 힘을 기울여 술을 빚고 있지만, 이곳의 치열함은 한겨울 영하의 추위도 무색하게 만들고있다. 1톤짜리 상압증류기에선 연신 증류를 마친 본류가 흘러나오고, 양조자는 이를 10ℓ짜리 병에 소분해서 군대 열병식에 참석한 군인처럼 줄 세워 놓는다. 각각의 병에는 번호가 붙어 있다.

경기도 파주에 둥지를 튼 미음넷증류소(대표 송충성, 이하 미음넷)를 찾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 한참 증류기가 돌고있다. 증류기 앞에선 성민창 이사가 소분한 병들을 정리하고 있다. 증류 원액을 소분하는 까닭을 물으니 “본류 중에서 어디까지 사용할지를 미세하게 조정하기 위해서”라고 송충성 대표가 말한다. 처음에는 소분한 병끼리도 블렌딩하며 술맛을 찾기도 했단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경우의 수가 생겨 지금은 원하는 술맛의 경계를 확인하기 위해 술을 가르고 있다.

이처럼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는 것은 자신들이 설계한 증류소주를 얻기 위해서다. 우선 미음넷은 한국적인 맛과 향을 담은 술을 만들고자 한다.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고향의 봄’ 첫 소절이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이 땅의 봄꽃 피는 순서다. 겨울을 녹이는 우리의 봄향을 술에 담고자 미음넷은 발효과정부터 남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미음넷증류소에선 증류소주를 생산한다. 발효단계부터 향을 모으기 위해 누룩과 발효과정 전반에 걸쳐 과학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소주는 ‘소주다움’ 59.5도와 45도 그리고 27도를 생산하고 있다.
미음넷증류소에선 증류소주를 생산한다. 발효단계부터 향을 모으기 위해 누룩과 발효과정 전반에 걸쳐 과학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소주는 ‘소주다움’ 59.5도와 45도 그리고 27도를 생산하고 있다.

증류주의 향기는 발효원주에서 거의 결정된다. 발효주의 향기가 증류 과정을 거쳐 응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송 대표는 미생물과 효모, 발효과정 전체에서 원하는 향을 찾고 있다. 우선 누룩은 입국을 쓴다. 보통의 입국은 48시간이면 띄워지는데, 미음넷은 70여 시간을 띄운다. 이유는 입국의 마지막 단계에서 바닐린 성분을 만들 수 있는 효소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오키나와의 아와모리 소주가 갖는 특징을 미음넷의 ‘소주다움’에 입히기 위해서다. 송 대표는 “누군가는 왜 누룩을 쓰지 않느냐고 말하겠지만, 우리의입국은 만드는 과정 전체가 누룩이다”라고 말한다.

두 번째는 젖산발효다. 《산가요록》에 나오는 산장법을 적용했다. 방법은 쌀을 침지하는 시간을 길게 해서 초반에 젖산 발효를 일으켜 불필요한 유기산 생성을 억제하는 것이 포인트다.

미음넷은 이 원리를 응용해 1단 담금과정에서 현대 상업 양조에서는 오염으로 받아들여 기피하는 젖산발효를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유는 이렇게 만들어진 젖산이 청향형 술이 지닌 향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잘 빚은 쌀술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음양향’이 바로 그것이다. 마지막세 번째는 효모다. 미음넷은 바나나향을 기대하며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추출한 우리 효모를 사용한다.

이렇게 과정마다 기대하는 향이 있지만, 송 대표의 생각대로 모두 기능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술 빚는 온도와 환경 등 너무도 많은 요소에 의해 술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발효는 물론 증류과정에서도 술을 소분해서 재증류할 술을 결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선 스코틀랜드의 한 증류소(스프링뱅크)에서 사용하는 방법을 따르고 있다. 스프링뱅크 증류소는 자신들의술을 2.5회 증류를 하는데 1차와 2차 증류액을 일정 비율로 섞어서 마지막 증류를 한다. 그래야 원하는 향기 모음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 설명을 듣고서야 증류소에 들어설 때 봤던 그림이 이해됐다.

미음넷은 증류주에 진심인 두 사람이 자신들의 술에 영혼을 녹이는 곳이다. 만들고 싶은 술에 대해 개념이 분명하게 서있고, 설계에 따라 양조하는 곳이다. 돌발변수에 대해서도 최대한 대응하기 위한 플랜b도 갖추고 있다. 우리 술의 주질은 물론 양조 접근법이 한 단계 높아진 느낌이다.

양조 과정에 대한 설명을 마친 송 대표는 “그렇다고 ‘소주다움’이 아와모리 소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음넷은 다양한 방법을 차용해서 쌀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증류주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증류소 한편에는 오크 숙성하는 증류주 병들이 보였다. 송 대표는 오크통 숙성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는다. 젊은 층의 위스키 광풍을 나몰라라 할 수 없어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단다. 다만 증류 업계가 오크숙성 소주 시장을 조성했을 때, 그 시장을 온전히 지켜낼 힘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고민은 여전히 남는다고 말한다. 양조에 대해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처럼 실존적인 고민을 하는 양조장을 오랜만에 만났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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