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모양 12봉우리 사이에 있는 ‘청량사’도 절경
퇴계는 물론 많은 선비들 100여 편 ‘유산기’ 남겨

경북 봉화에 있는 ‘영남의 작은 금강’ 청량산은 12봉우리로 되어 있다. 그 봉우리의 중심에는 연꽃의 수술처럼 청량사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은 금탑봉 방향에서 연화봉 쪽을 바라보며 찍은 청량사의 전경이다.
경북 봉화에 있는 ‘영남의 작은 금강’ 청량산은 12봉우리로 되어 있다. 그 봉우리의 중심에는 연꽃의 수술처럼 청량사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은 금탑봉 방향에서 연화봉 쪽을 바라보며 찍은 청량사의 전경이다.

동해안을 따라 곧게 내려오던 산의 흐름이 소백산에서 방향을 틀면서 백두대간의 대열에서 빠지게 되었지만, 경북 봉화와 안동에 걸쳐 넓게 자리를 잡고 태백에서 시작한 낙동강을 품고 있어 명승지로 손꼽히는 산이 있다. ‘청량산’이다. 높이는 870m밖에 되지 않지만, 12개의 봉우리가 연꽃 모양으로 자리 잡아 경치는 물론 풍수적으로도 좋은 지형을 가진 곳이라는 평판을 받는 산이다.

유·불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이 산과 인연을 맺었으며, 조선시대 선비들은 금강산과 지리산 다음으로 이 산을 찾은 뒤 ‘유산기’로 청량산을 찬미하기도 했다. 특히 청량산은 퇴계 이황과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청량산에는 퇴계 이황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사진은 청량사에서 어풍대로 걷다가 중간에 만나게 되는 ‘청량정사’와 산꾼의 집 모습이다. 청량정사는 퇴계가 ‘도산십이곡’을 지은 곳이기도 하다.
 청량산에는 퇴계 이황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사진은 청량사에서 어풍대로 걷다가 중간에 만나게 되는 ‘청량정사’와 산꾼의 집 모습이다. 청량정사는 퇴계가 ‘도산십이곡’을 지은 곳이기도 하다.

우선 퇴계 스스로 청량산을 ‘우리 산’이라고 불렀을 만큼 자주 청량산에 올랐고, 심지어 도산서원의 ‘도산’과 자신의 호인 ‘퇴계’, 모두 청량산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또한 ‘도산십이곡’ 등을 집필한 ‘청량정사’도 산속에 자리하고 있다. 심지어 청량산은 퇴계의 5대조가 ‘송안군’으로 책봉되면서 나라로부터 받은 산이기도 했다.
 
이처럼 퇴계의 사랑이 가득 담겨 있는 곳이다 보니 16세기에 형성되기 시작한 사림은 필수 인증코스처럼 청량산을 오른 뒤 각종 시문의 주제로 삼았다. 청량산의 유산기만 해도 100편가량 되고, 퇴계가 청량산을 노래한 시만 해도 80여 편에 이른다. 그만큼 산이 아름다웠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소수서원을 세운 주세붕은 아예 대놓고 “북쪽에 묘향산, 서쪽에 구월산, 동쪽에 금강산, 중앙에 삼각산, 가장 크고 남쪽에 있는 산이 두류산(지리산)이다. 그러나 작으면서도 신선이 살만한 산은 청량산”이라고 추켜세웠다.

지난 1월 중순 갑작스러운 한파가 닥치기 하루 전날, 청량산에 올랐다. 오르는 코스는 6개 정도이며 겨울 산행이라 일찍 해가 지는 것을 고려해서 ‘청량폭포-장인봉-청량사-어풍대-입석’으로 이어지는 7km 안팎의 코스를 선택했다. 칼바람 부는 추위는 아니지만, 내륙의 겨울 산은 한기를 가득 담고 있다. 산의 높이가 강원도의 산만큼 높지 않다고 산을 얕봐서는 안 된다. 청량산은 특히 그렇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밖에서 바라보면 몇 개의 꽃송이 같은 흙산의 봉우리뿐이지만, 강을 건너 골짜기 마을로 들어가면 사면이 암벽으로 둘려 있다. 기이하고 험하여 그 모양을 무어라 말할 수 없다”고 적고 있다. 즉 밖에서 보는 것보다 안에서 더 멋진 경관을 가지고 있다는 말과 함께, 그만큼 험한 산이라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청량산 주봉인 ‘장인봉’의 정상석이다. 글은 김생의 글씨에서 집자해서 만든 것이다.
청량산 주봉인 ‘장인봉’의 정상석이다. 글은 김생의 글씨에서 집자해서 만든 것이다.
장인봉 정상은 암봉이 아니어서 조망이 그리 좋지 않다. 장인봉에서 하늘다리로 움직이며 동쪽으로 탁 트인 산맥의 전경을 만날 수 있다.
장인봉 정상은 암봉이 아니어서 조망이 그리 좋지 않다. 장인봉에서 하늘다리로 움직이며 동쪽으로 탁 트인 산맥의 전경을 만날 수 있다.

청량폭포에서 청량산의 주봉인 장인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짧은 시간에 정상으로 오르는 만큼 매우 가파르다. 또한 장인봉에서 하늘다리를 건넌 뒤 청량사로 내려가는 코스 또한 마찬가지다. 높이를 빠르게 주고받는 계단 길의 연속이다. 하지만 청량사에 도착하는 순간 등산의 피로감은 풀리게 된다. 사찰이 자리한 터가 연꽃의 중심인 덕분에 느껴지는 포근함이 그 이유다. 게다가 청량사는 높이를 거스르지 않는다.

어풍대는 청량산의 절경중 한 곳이다. 그곳에서 바라본 청량사 전경이다. 좌측에는 연화봉이 우측에는 연적봉이 자리하고 있다.
어풍대는 청량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절경 중 하나이다. 사진의 좌측에는 연화봉, 우측에는 연적봉이 자리하고 있다. 

연화봉과 연적봉 등 주변 산세의 흐름을 받아들여 절집을 짓고 길을 냈다. 유리보전의 반대편에서 연화봉을 바라 보는 사찰의 전경은 으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청량사를 통해 불교와 소통했다면 ‘어풍대(御風臺)’로 길을 나서 유교와 만나야 한다. 청량사도 퇴계의 ‘도량’이었지만, 외떨어져 지은 ‘청량정사’는 그의 집필터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퇴계는 ‘도산십이곡’을 지었다고 한다. 청량정사와 산꾼의 집을 뒤로 하고 좌측으로 오르면 어풍대를 만나게 된다. 어풍대는 청량산에 있는 12개의 대(臺) 중 하나로 금탑봉의 오른쪽 절벽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 뜻 그대로 바람을 다스리는 바위절벽이라는 뜻이다. 이곳에 오면 바람도 쉬어간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풍대에 올라야 하는 까닭은 청량산 속에 자리한 청량사를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치 하나만으로도 산을 오를 이유가 충분하다. 

신라 때 최치원이 마셨다는 ’총명수‘ 동굴이다
신라 때 최치원이 마셨다는 ’총명수‘ 동굴이다
청량사의 ’유리보전‘의 전경

산을 타는 방법은 다양하다. ‘입석’은 들머리와 날머리로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주차장이 있기 때문이다. 청량산을 길게 산행한다면 도립공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환코스로 산행을 해도 좋다. 하지만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청량폭포’나 ‘입석’에서 출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청량사만을 보고 싶다면 입석에서 시작해 되돌아오는 코스도 있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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