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천 전국퇴직금융인협회장<사진>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대출금 연체 이력 정보를 삭제하는 신용사면이 신용 질서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30일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이 발표한 ‘금융브리핑 2014-2호’에 따르면 정부가 실시예정인 신용사면 조치가 ”금융 접근성 향상의 기대와 함께 신용평가 왜곡, 도덕적 해이, 역차별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정부의 금융 개입과 간섭이 잦다. 신용사면도 관치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대출금 연체 이력 정보를 삭제하기로 한데 따른 주장이다. 지난 2021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2000만원 이하 연체자 중 오는 5월까지 연체금 전액 상환자가 사면의 대상이다. 정부는 이번 사면으로 코로나19로 고통받은 소상공인 290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본다. 

또 연체자 250만 명의 신용점수가 상승, 저금리 대환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15만명이 신용카드 발급 기준을 충족하고 25만 명의 대출 접근성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한다.

안 회장은 “빚을 갚지 않아도 결국에는 정부가 해결해 준다는 잘못된 믿음을 심어주는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다”라며 “또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으로 금융사의 신용평가체계가 왜곡돼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신용점수가 올랐다고 차주의 상환 능력이 높아지지 않는 터. 그 틈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는 금융권의 몫이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 주도의 정책 위험을 민간기업인 금융회사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생색은 정부가 내고 위험은 은행이 지는 꼴이다. 신용이 회복된 연체자가 다시 대출을 일으키면 부채 관리가 어려워지고, 차주의 신용평가에도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제2금융권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안 회장은 “신용사면이 수익성과 건전성의 동반 악화를 부를 수 있다. 고객의 신용점수가 오르면 우량 차주가 은행권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시행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에 제2금융권은 고객 이탈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106조2555억원으로 1년 전보다 8.6% 줄었다. 수신 잔액도 110조7858억 원으로 같은 기간 8.7% 감소했다. 

그는 연체 정보는 신용관리에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안 회장은 “신용사면에 따른 금융회사의 대응도 경계의 대상이다. 신용사면으로 신용점수가 올라가면 금융회사는 부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출한도나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등 심사 기준을 강화할 수 있다. 그리되면 피해가 금융소비자 전체에 돌아가고 만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출 원리금을 제때 꼬박꼬박 갚아 온 차주들에는 역차별”이라며 “이들로서는 정부가 사후적으로 연체 사실을 없던 일로 하겠다는 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앞으로는 누구도 정부 말은 믿으려 하지도 따르려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신용사면은 지난 2007년 ‘720만명 신용 대사면’ 공약을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가 도덕적 해이 논란과 함께 72만명 지원으로 사면 대상을 줄여 시행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때도 322만명 빚 탕감을 약속했다.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또한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취약 차주의 신용회복을 위한 사면을 단행했다.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20개월간 2000만 원 이내 연체자 250만명이 대상이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