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효자 ELT·ELF 판매 중단
‘무료 환전’ 토뱅엔 출혈경쟁 맞불

은행들이 신탁, 외환, 퇴직연금 시장에 터진 겹악재로 수수료 벌기가 빠듯해졌다. 비이자이익을 키워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 했던 셈법도 복잡해진 모습이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조만간 주가연계신탁(ELT)·주가연계펀드(ELF)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비예금상품위원회가 홍콩H지수 지속 하락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을 고려해 관련 상품 판매 중단을 권고한 데 따른 조치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달 29일,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 4일부터 ELT·ELF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은 금융소비자의 투자상품 선택권 보호를 명분으로 계속 판매 중이나, 향후 당국의 투자상품 관련 개선 결과에 따라 판매정책을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관련기사: 2023년 11월 23일자 보도, ‘H 폭탄’에…은행, ELS도 못 파나 발동동)

은행의 ELT·ELF 판매 수수료율은 1% 수준으로 일반 상품을 팔아 받는 보수보다 2~3배 높아 수수료 수익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또 다른 수수료 효자 품목인 외환 부문에서도 예상치 못한 폭탄이 터졌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토스뱅크가 ‘평생 무료 환전’을 승부수로 던지면서 공격적인 영업 활동을 전개해 맞불 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

(관련기사: 2024년 1월 24일자 보도, 외환시장 ‘인뱅 메기’ 등장에 시중은행 분주)

은행은 외환시장에서 외화를 조달할 때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메꾸기 위해 외화를 사고, 팔 때 매매기준율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받아 왔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내달 30종 통화 100% 환율우대(원화→외화 환전 시)와 해외결제 및 ATM 인출 수수료 혜택을 탑재한 ‘쏠(SOL)트래블 체크카드’ 출시 계획을 밝히며 토스뱅크와 전면전을 택했다.

하나은행도 당초 올해 3월말까지 진행 예정이었던 해외여행 서비스 ‘트래블로그’ 이용 시 26종 통화에 대한 환율 우대 100%(원화→외화 환전 시)와 해외결제·ATM 인출 수수료도 무료 혜택 제공 기간을 12월말까지로 연장했다.

국민‧우리·농협은행도 무료 환전 서비스 출시를 검토 중이다. 다만 역마진 우려에 신한·하나은행과 마찬가지로 외화를 원화로 환전할 때는 일정 수수료를 매기는 걸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퇴직연금 사업자가 받는 수수료에 성과를 연동하는 제도가 도입되는 것도 변수다.

현재 은행의 퇴직연금 수수료 체계는 적립금 규모가 크면 덜 받고 적립금 규모가 작으면 많이 받는 구조다. 가입자로선 수익률이 낮으나 높으나 천편일률적인 수수료를 내야했다.

앞으로는 은행이 수익률을 높이면 수수료를 더 많이 취할 수 있고, 반대로 부진한 성과를 내면 수수료를 덜 받게 된다. 개편 시기는 오는 4월로 개인형퇴직연금(IRP) 디폴트옵션에 우선 적용된다,

수수료 부문 위축이 불가피해진 은행은 전전긍긍이다. 저금리 장기화,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이자이익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올해 경영목표로 일제히 비이자이익 확보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비이자이익은 외환수입수수료 등 기타업무수수료와 펀드·방가판매수수료 등 업무대행수수료가 거의 대부분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입원을 발굴하거나 수수료 증가가 예상되는 서비스를 강화하는 게 관건인 데, 영업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져 우려스럽다”며 “당장 줄어들 수수료 수익 일부를 외화 송금 등 다른 서비스로 메꿀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국내 주요 5대 은행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벌어들인 순수수료이익은 전년동기(3조1566억9600만원)보다 3.49% 늘어난 3조2671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이 8713억3300만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신한은행 6560억1900만원 △우리은행 6460억5500만원 △NH농협은행 5838억6700만원 △하나은행 5099억600만원 순이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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