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피플, 부재료 차별화해 제품 늘릴 계획
한국 일본 각종 맥주대회서 해마다 상 받아

경기도 남양주에 자리한 에잇피플브루어리는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만든 맥주마다 매년 상을 받는 숨은 고수같은 양조장이다. 사진은 양조장 브루하우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조준휘 대표다.
경기도 남양주에 자리한 에잇피플브루어리는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만든 맥주마다 매년 상을 받는 숨은 고수같은 양조장이다. 사진은 양조장 브루하우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조준휘 대표다.

맥주는 맥아(몰트)를 주재료로 사용한다. 그런데 이 양조장은 보리를 발아한 맥아보다 우리가 매일같이 먹고 있는 ‘쌀’을 더 넣어 맥주를 만든다. 그리고 그 맥주로 해마다 상을 받고 있다. 1인당 쌀소비량에 붉은색 경고등이 들어온 지 한참인지라 농정당국 입장에선 반가운 양조장이 아닐 수 없다.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에잇피플브루어리(대표 조준휘, 이하 에잇피플). 양조장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 양조장의 주주는 여덟 명이다. 모두 음식을 좋아해서 만나게 되었고, 음식을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술로 연결되었다.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이 조준휘 대표다. 맥주 양조에 나서기 전까지 조 대표는 IT업계에서 일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양조자의 인생을 선택한 것은 월급쟁이 생활의 한계를 심각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 관심이 많았던 음식과 연결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다가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돼 있고, 과학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맥주를 마음에 담게 된다. 5년 정도 홈브루잉으로 맥주 양조법을 익혔던 것도 맥주를 선택할 수 있는 근거가 돼 주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조 대표는 상업양조를 익히기 위해 맥주 양조 장인을 찾아가 1대1 교육을 1년 정도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양조 기술을 익힌 조 대표는 2019년 연말 양조장을 만들고, 이듬해 6월 첫 맥주(쾰시)를 세상에 내놓았다. 

올해로 만4년을 꽉 채운 에잇피플은 연간 20여 종의 맥주를 만들고 있다. 1년 내내 생산하는 맥주도 15종이다. 수제맥주 양조장들이 만드는 맥주는 거의 이곳에서도 만든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도 이 양조장의 대표 맥주를 꼽으라 하면 조 대표는 서슴없이 낯선 이름의 맥주 이름을 꺼낸다. ‘미미사워’라는 맥주다. 

에잇피플브루어리의 시그니처는 쌀을 주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미미사워’(왼쪽)다. 경기미를 51% 넣고 균형감 있게 산미 있는 술을 만들어 호평을 받고 있고, 지역의 딸기를 추가한 ‘미미베리’도 상을 수상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에잇피플브루어리의 시그니처는 쌀을 주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미미사워’(왼쪽)다. 경기미를 51% 넣고 균형감 있게 산미 있는 술을 만들어 호평을 받고 있고, 지역의 딸기를 추가한 ‘미미베리’도 상을 수상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글의 첫 문장에서 소개했듯 보리보다 쌀을 중심에 두고 만든 맥주다. 그것도 값비싼 경기미를 아낌없이 넣어서 빚은 술이다. 우리나라 주세법상 맥주는 몰트 10% 이상이 들어가면 된다. 그러니 51%의 경기미가 들어갔다고 해서 이 술이 맥주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은 까다롭다고 한다. 

양조 과정은 물론 발효 숙성에 들어가는 시간도 다른 스타일의 맥주보다 더 길다. 우선 맥주양조의 시작점인 브루하우스에 머무는 시간부터 남다르다. 쌀을 당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술은 자신이 직접 양조를 맡는다. 주말을 이용해서 양조해야 하는데 직원들의 시간을 빼앗을 수 없기 때문이란다. 이와 함께 보통의 맥주는 4주 정도면 완성되지만 ‘미미사워’는 6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발효도 젖산발효와 효모발효를 순차적으로 일으켜 술을 완성하다. 이처럼 과정은 복잡하고 시간은 많이 들어가는 술이다. 게다가 원료비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이 술을 고집하는 것은 ‘크래프트’ 정신이라고 조 대표는 말한다. 게다가 공들여 만들고 있는 미미사워는 시장에서도 안착했다. 우선 자신들이 해석한 ‘산미’에 대해 시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심지어 각종 맥주대회가 열릴 때마다 상을 받았다고 한다. 양조장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맥주로서 손색이 없는 술이 된 것이다. 

그래서 조 대표는 재료와 부재료의 변화를 주면서 미미사워의 형제 제품을 만들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에는 남양주산 딸기를 넣은 ‘미미베리’를 출시해 순식간에 완판시키기도 했다. 올해도 에잇피플에서는 딸기는 물론 포도와 사과 등 지역에서 생산하는 부재료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경기미 외에 토종쌀을 넣은 ‘미미사워’도 생각하고 있다. 물론 국산몰트를 넣어 변화를 준 제품도 만들고자 한다. 기본 틀이 튼튼하다 보니 접목하는 상상력의 한계가 거의 없는 맥주가 되어 가고 있다. 

미미사워의 시작은 경기도 농업기술원의 제안이었다.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시도였지만, 조 대표의 손을 거치면서 양조법과 부재료에 변형이 생겼고, 결국 시장이 수용하는 새로운 유형의 맥주가 완성된 것이다. 새로운 시도만큼 에잇피플이 그려낸 크래프트맥주의 범주가 넓어지고 있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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