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과 주걱봉, 그 뒤론 소청과 대청봉 이어져
임도 따라 걸으며 원경 보는 재미 쏠쏠한 트레킹

한석산을 등산하면서 고개를 돌리면 바로 설악산을 만난다. 왼쪽부터 삼형제봉, 주걱봉 가리봉이다. 중앙 뒤쪽에 보이는 봉우리는 설악산의 주봉인 소청과 대청봉이다.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점봉산이 보이고 더 남쪽은 오대산이 펼쳐진다.
한석산을 등산하면서 고개를 돌리면 바로 설악산을 만난다. 왼쪽부터 삼형제봉, 주걱봉 가리봉이다. 중앙 뒤쪽에 보이는 봉우리는 설악산의 주봉인 소청과 대청봉이다.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점봉산이 보이고 더 남쪽은 오대산이 펼쳐진다.

산을 자주 가는 사람에게도 산을 오르는 과정은 매번 고된 일이다. 그래서 등산을 즐기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산에 올라서 바라보는 풍광을 싫어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쉽게 높이를 취할 수 있는 케이블카에 사람들은 열광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높이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것은 높이를 권력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게 되면 눈 아래 보이는 모든 것들이 하찮게 보이게 된다. 땅에서 바라보면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빌딩들도 산에서 보면 작은 장난감처럼 보이고, 큼직한 아파트 단지도 성냥갑을 가지런히 모아놓은 듯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니 일상에서 느꼈을 다양한 형태의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털어내기에 산은 매우 좋은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산에 올라 누릴 수 있는 풍경은 도시 경관만이 아니다. 도시 근교 산행에서는 도시가 주는 다양한 그림이 볼거리지만, 지방 산행에서는 또 다른 경치가 등산객을 기다리고 있다. 산 그림이다. 병풍을 펼쳐 놓은 듯하게 산이 이어 달리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호연지기’를 되뇌기에 충분하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지난 주말 산 하나를 찾았다. 강원도 인제에 있는 한석산(해발 1117m)이다. 인제읍에서 동쪽으로 8km 정도에 있는 산으로 북동쪽으로 설악산까지 약 20km 정도 떨어져 있는 산이다. 이곳은 6.25 전쟁 때 ‘한석산·매봉’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한석산과 매봉을 연계 산행하면서 하산길에서 만난 겨우살이다. 겨우살이는 군집을 이루며 자라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산이어서 그런지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여러 나무에 겨우살이가 기생하고 있다.
한석산과 매봉을 연계 산행하면서 하산길에서 만난 겨우살이다. 겨우살이는 군집을 이루며 자라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산이어서 그런지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여러 나무에 겨우살이가 기생하고 있다.

등산인들이 많이 찾는 100대 명산에 들어 있지 않고, 게다가 바로 옆에 설악산이 있어서 한석산을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한 번 간 사람은 산이 주는 경치에 매료돼 계절을 달리하며 찾을 만큼 한석산의 임도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빼어나다. 속초에서 울산바위를 앞에두고 설악 준령을 바라보는 것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다. 한여름의 상록과 가을 단풍, 그리고 겨울의 설경이 펼치는 설악의 파노라마, 그것도 설악의 속살을 보는 듯한 그림을 보여주니 더욱 그렇다.

특히 겨울 설악산을 직접 등산하지 않고 설악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겨울 한석산의 최고 매력일 듯하다. 눈이 내리면 설악산은 바로 입산 통제가 된다. 등산로를 확보할 수 없기도 하고, 내린 눈을 헤치며 산행을 해야 하므로 체력소모도 평소보다 무척 심하다. 따라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선 산행이 힘들 만큼 궂은 날씨엔 입산 자체를 막는다. 한석산을 찾은 날도 설악산 북쪽은 입산통제 중이었다. 

한석산은 설악산국립공원의 남서쪽 끝 바로 바깥에 자리하고 있다. 등산로는 인제읍에서 하추리로 넘어가는 장승고개에서 시작해 임도를 따라 산을 오르는 14km 정도되는 코스다. 하산은 한석산의 반대편에 있는 소양강 방향의 피아시계곡이었다. 임도를 따라 오르면서 뒤편을 바라보면 바로 남설악의 장관이 펼쳐진다. 삼형제봉과 주걱봉, 가리봉이 눈 앞에 펼쳐지고 바로 뒤편에 서북능선이 가려졌다가 소청과 대청봉으로 그 존재를 알려준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더 내려가면 남설악의 끝에 있는 점봉산을 만날 수 있다.   

시선을 더욱 남쪽으로 돌리면 멀리 오대산의 봉우리들이 보인다. 1,500여m의 고지들이 장성을 쌓은 듯하게 능선을 이루고 있다. 방태산과 가리왕산이 구름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이 마치 선경처럼 보인다. 

한석산은 백두대간트레일 인제4구간이 지나는 지역이기도 하다. 만약 등산이 싫다면 트레일코스를 따라 설악산과 한석산을 조망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산은 매번 우리에게 다른 그림을 보여주므로 지루할 틈이 없으니 계절도 원하는 시기에 오르면 된다. 다만 겨울 등산은 방한은 물론 눈길을 헤치는데 필요한 아이젠과 롱스패츠, 스틱은 필수라는 것은 잊지 말자. 특히 등산로를 잘 아는 가이드와 함게 하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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