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배당 자제” 권고보다
해약준비금 통해 세금 줄이고
사외유출 늘리는 모양새 경계

역대급 실적이 예고된 보험사다. 고배당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금융감독원은 세 차례에 걸쳐 ‘배당 자제하라’는 시그널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 보험사가 눈치를 보는 건 기획재정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재부가 해약환급금준비금(이하 해약준비금)을 과세표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할 당시, 배당 더 해주라고 세금을 깎아준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해약준비금 규모는 보험사의 계리적 가정에 따라 달라진다.

향후 발생할 보험금 지급을 느슨하게 평가할수록 시가 부채는 작아지고, 이로 인해 해약준비금 규모는 커진다. 부채가 줄면 그만큼 향후 이익으로 귀속될 보험계약마진(CSM)은 늘어나는 효과도 본다.

경영자 입장에선 단기 실적은 키우고 세금은 줄일 개연성이 높다.

당초 배당서 제외된다는 측면이 고려됐던 해약준비금의 손금산입이다. 지난 2022년 세법개정 당시 기재부는 보험사에 ‘해약환급금과 미경과보험료의 합계’(원가 부채)보다 시가 부채가 적을 경우 적립한 해약준비금을 손금산입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손금산입은 당해연도에 기업회계에서는 재무상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았지만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회계처리 방법이다. 즉 해약준비금이 클수록 법인세 부담이 줄어든다.

해약준비금을 손금산입하지 않았다면 세금 폭탄이 예고됐던 보험사다. 미리 세법개정으로 해약준비금을 손금산입 해준 기재부의 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직 보험사의 지난해 결산 실적이 발표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보험회계 변경(IFRS4→IFRS17) 이전보다 내야할 법인세가 낮아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한 세무당국 관계자는 “준비금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한 지출”이라며 “법인이 쌓는 준비금의 대부분은 세법상 손금인정이 되지 않는데 인정해준 게 의아하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해약준비금과 현금배당액의 합이 당기순이익에 육박하는 보험사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시장의 배당기대감을 역행하기 어려운 탓이다. 

특히 보험회계 변경 당시 부채에 낙관적 가정을 적용했다가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으로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어든 보험사일수록 고민이 크다는 후문이다. 이 경우 세금은 덜 내고 번 돈의 대부분을 사외유출에 쓰는 모양새가 된다. 

이에 대해 한 IB 관계자는 “늘어난 해약준비금으로 세금은 줄였는데 이익 대비 배당으로 사외 유출되는 금액은 커진다면 기재부가 고운 눈으로 볼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기재부와 금감원이 예상치 못한 건 보험사마다 해약준비금 규모가 상당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화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생명·손해보험 대형 4개사가 회계기준 변동에 따라 쌓은 해약준비금만 8조7678억원에 달했다. 

이는 배당 재원이 되는 미처분이익잉여금(12조3558억원)의 71%에 해당할 정도다.

한편 ‘고무줄’ 해약준비금에 대해선 금융당국도 고민이 많다는 후문이다. 

보험사마다 대동소이한 상품을 판매하면서 해약준비금 규모가 천차만별이란 건 그만큼 보험사의 계리적 가정이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최근 보험사의 과도한 해약준비금 산출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 전언이다.

해약준비금이 조단위로 쌓인 보험사들과 달리 “보수적 가정을 했다”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해약준비금은 0원이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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