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향기와 색으로, 나무는 질 좋은 종이 재료로
지금은 실용 목적보다 경관조성용으로 많이 식재

삼지닥나무는 봄을 알리는 꽃 중 하나다. 황서향나무라는 이름을 따로 갖고 있을 만큼 향기도 좋다. 노란색의 꽃차례가 올라오면 나무는 노란 물결에 휩싸인다. 사진은 태안 천리포수목원에 있는 삼지닥나무다. 2023년 3월에 촬영한 사진이다.
삼지닥나무는 봄을 알리는 꽃 중 하나다. 황서향나무라는 이름을 따로 갖고 있을 만큼 향기도 좋다. 노란색의 꽃차례가 올라오면 나무는 노란 물결에 휩싸인다. 사진은 태안 천리포수목원에 있는 삼지닥나무다. 2023년 3월에 촬영한 사진이다.

설을 전후해서 매화의 꽃망울이 올라왔다는 소식이 남쪽에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직 찬 바람이 매섭게 부는 한겨울이지만, 이 소식은 곧 봄꽃들이 경쟁적으로 고개를 들고 힘찬 행진을 벌인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겨울이 추울수록 이 같은 소식은 귀에 더 잘 들려온다.
 
물론 겨울 동안 우리가 꽃을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겨우내 남쪽 해안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동백꽃은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는 이 꽃으로 봄을 체감하지 못한다. 이름에서 상상력이 차단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진하는 봄꽃과 달리 남쪽에 발목을 잡혀 더는 올라오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래서 동백은 봄을 대표하지 않는다.

우리가 손꼽아 기다리는 꽃은 짙은 색보다는 연한 색으로 고개 내미는 봄꽃이다. 연해서 더 정답게 느껴지는 꽃, 말이다. 봄을 알리는 꽃은 참 많다. 영춘화, 풍년화가 가장 먼저 모습을 나타내고, 산에선 생강나무와 산수유, 그리고 도시에선 경관을 위해 조성한 개나리와 벚나무가 그 역할을 맡는다.
 
오늘은 그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꽃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요즘은 나무의 수형과 꽃의 아름다움을 이유로 정원수로 심고 있지만, 예전에는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심었던 나무다. 이름은 삼지닥나무. 닥나무에서 느껴지듯 이 나무는 종이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나무다.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설을 전후해서 새순을 터뜨리며 꽃 피울 준비를 하고, 내달이면 노란 꽃을 나무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 물론 이 나무는 따뜻한 남쪽과 해안가에서 주로 자란다. 원산지는 중국이다. 이 땅에서 언제부터 자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구한말부터 종이를 만드는데 닥나무, 뽕나무 등과 함께 사용됐다는 점이다.
 
특히 20세기 후반에는 전남 고흥 지역에서 많이 식재했다. 이유는 종이 재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일본에서는 닥나무와 함께 삼지닥나무의 껍질을 종이의 재료로 귀히 사용해왔다.

심지어 지폐를 만드는데 이 나무의 껍질로 만든 펄프를 넣었다고 한다. 즉 고흥 지역에서 생산한 삼지닥나무는 거의 전량 일본에 수출되었다. 하지만 일본 조폐공사에서 재료를 바꾸면서 고흥지역의 삼지닥나무도 자취를 감추게 된다. 지금은 남해안과 제주도 지역에서 조경을 목적으로 심은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이 나무의 껍질을 종이 만드는 데 주로 썼던 까닭은 껍질 속에 있는 단단하고 질긴 인피섬유가 양분이동통로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서 닥나무를 능가하는 견인강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삼지닥나무는 노란색의 꽃을 피운다. ‘서향’이라는 나무는 빨간색, 그리고 ‘백서향’은 흰색의 꽃을 피운다. 모두 향기가 좋은 봄꽃으로 팥꽃나무과에 속한다.
삼지닥나무는 노란색의 꽃을 피운다. ‘서향’이라는 나무는 빨간색, 그리고 ‘백서향’은 흰색의 꽃을 피운다. 모두 향기가 좋은 봄꽃으로 팥꽃나무과에 속한다.

하지만 삼지닥나무는 종이라는 실용성을 능가하는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그것은 이 나무를 부르는 황서향 나무라는 다른 이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서향이라는 나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나무는 붉은색의 꽃을 피운다. 그리고 백서향은 흰 꽃을 피운다. 이름에서 발견할 수 있듯 황서향은 노란색 꽃을 피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렇다면 ‘서향’이라는 이름은 왜 붙여진 것일까. 한자를 풀면 ‘상서로운 향기’라는 뜻이다.

‘서향’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나무는 모두 팥꽃나무과 나무들이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운다. 게다가 이 나무들은 꽃향기가 깊고 짙다. 서향과 백서향을 천리향이나 백리향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윽하게 멀리서도 느낄 수 있는 향기를 가진 꽃은 삼지닥나무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가까이에서 삼지닥나무를 보고 싶다면 태안에 있는 천리포수목원을 찾으면 된다. 이곳의 삼지닥나무는 작지만, 수형은 넓게 퍼져 노란 꽃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또한 서향과 백서향도 근처에 있어 꽃향을 제대로 느낄 수도 있다. 이달 말이면 수목원은 봄소식으로 가득할 것 같다. 매화에도 소식이 올 것이고 풍년화와 영춘화, 그리고 복수초 등 봄을 느낄 수 있는 꽃들도 차례로 고개를 들 것이다. 바야흐로 봄이 지척까지 왔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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