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보다 나은 대출금리여건
美 연준 ‘신중론’은 부담 요인

기준금리가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에 변동금리 대출을 택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에서 취급한 기업대출 중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금리 비중은 지난해말 56.9%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 45.2%에서 △4월 46.2% △6월 50.9% △8월 53.9% △10월 55.2%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한국은행의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을 기대하며 금리가 고정된 회사채 발행보다 시장흐름에 따라 이자율이 바뀌는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연 4%대 초반을 유지하던 회사채(무보증 3년 AA- 기준) 발행금리는 지난 연말 6%대까지 상승했다. 이때 은행 기업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5%대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 위축 우려 등으로 비교적 만기가 짧은 은행 대출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감에 변동금리 대출로 이동이 집중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운전자금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들도 가계대출보다 당국 눈치로부터 자유롭고 마진이 높은 기업대출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변동금리 대출 잔액 및 비중 확대 추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국내은행의 올해 1분기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지난해 4분기 –6에서 올해 1분기 8로,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0에서 6으로 각각 수치가 올랐다.

다만 기업들이 변동금리 위주로 신규 대출을 받는 상황에서 예상과 달리 금리가 더 오를 경우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우대금리 적용, 이자 감면 등의 금융지원 조치가 지난해 9월부로 종료된 점도 연체율 확대 우려를 가중하는 대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계속된 금융당국과 은행의 금융지원이 기업의 금리 감각을 다소 무디게 만들었을 수 있다”며 “이자 부담 증가에 민감한 중소기업이 막연한 금리인하 기대감에 변동금리 대출을 택했다가 리스크를 헤지(hedge)하지 못하면 한계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지난 5일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결정하는 데 있어 거듭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이르면 내달부터 금리를 인하하고, 올해 최대 6~7차례 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릴것이란 전망을 철회하고 예상보다 고금리가 오래 유지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경제지표를 내보이고 있다.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역시 올해 7월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중이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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