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부추기는 제도, 상환 부담주는 대출 관행 개선
경영자 기업가 정신 무장과 금융사의 모니터링 강화

전국퇴직금융인협회가 온정적 한계기업 금융 지원을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퇴직인협회 부설 금융시장연구원은 19일 발표한 ‘금융브리핑 2024-3호’ 보고서에서 경쟁력이 낮아져 외부 자금지원 없이 자력으로 유지가 힘든 한계기업이 늘고있음을 경고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제시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연간 기업경영 분석에 따르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 91만206개 중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한계기업 비율은 42.3%에 이른다.

해당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21년(40.5%)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돈다는 건 수익으로 이자도 못 낸다는 의미다.

금융퇴직인협회는 한계기업 증가가 그간의 온정적인 정부 정책과 무관치 않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코로나 범유행과 경기침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중견기업에 금융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국내 전체 금융회사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총 864조4000억원으로 코로나 전인 2019년 말 318조8000억원 대비 58.4% 증가했다고 짚었다. 이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도 234조7000억원(51%)이 늘었다.

또 금융퇴직인협회는 한계기업에 이르게 된 데는 해당 기업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고 경영자부터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힘들다고 사업을 포기하면 안 되고 기업을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거다.

수익 증대와 함께 비용 긴축에도 힘써야 한다는 강조했다. 과도한 주주 배당, 과다한 대표자 급여와 상여, 고액의 업무추진비 지출, 거액의 대표자 종신보험 가입, 값비싼 승용차 구매 등 방만한 경영 요소를 모두 뿌리 뽑아야 함을 지적했다.

한계기업에 대한 금융회사의 모니터링 강화를 제안했다. 정밀한 신용위험 평가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관리 결과를 토대로 지원 여부, 규모와 방식을 엄정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일시적 유동성 애로를 겪는 기업은 추가 지원을 통해 경영정상화와 구조개선을 질서 있게 유도하고,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기업은 적극적으로 재기를 도와야 한다는 의견과 이를 위해 업종전환, 재창업, 근로자로 복귀 등 재도전을 지원하고 신용회복과 회생절차를 간이화·신속화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아울러 차주의 채무 상환에 부담을 주는 대출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1년 만기 중심의 운전자금 대출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고정금리와 비거치식 분할 상환 대출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고금리를 저금리로 바꿔주는 대출 갈아타기, 받은 이자를 다시 돌려주는 금리 캐시백, 연체 기록을 없애주는 신용사면 등은 일시적인 도움은 될지언정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저신용 소상공인 대출 운영의 문제점을 적시했다.

안기천 금융퇴직인협회 회장은 “지원 기준을 맞추기 위해 신용점수를 일부러 떨어뜨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신용점수가 일정 수준(744점) 이하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저리로 대출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라고 개탄했다.

당장 돈이 급하다 보니 금융권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에도 일부러 신용점수를 낮추는 자해행위를 불사하는 현실을 우려한 것이다.

권의종 금융퇴직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은 “어린아이 투정 받아주듯 ’오냐오냐‘의 온정적 한계기업 지원은 이제 끝내야 한다”며 “이는 정책 자금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노동 자본 원자재 등 한정된 생산요소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고 새로운 기업의 신성장 동력 창출도 방해한다”는 비판적 견해를 피력했다.

이어 “경쟁력이 소진된 기업은 추가적인 자금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회생이 쉽지 않다. 정부 재정 부담만 키우고 빚이 늘어 자금난과 경영난이 되레 심해질 수 있다”며 “한계기업 지원은 공정하되 냉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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