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발표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앞서 닛케이지수가 34년 만에 3만8000선을 넘긴 가운데 도쿄증권거래소의 영향력이 일본 밸류업 프로그램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9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개최한 ‘일본의 기업거버넌스 개혁에서 배운다’ 세미나에서 일본 자본시장 전문가 코다이라 류시로 니혼게이자이신문 신문 선임기자는 일본 특유의 체면 중시 문화와 후발주자로서의 태도, 도쿄증권거래소의 강력한 영향력이 일본증시 PBR 개혁의 성공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그는 “일본기업은 동일 업계에 있는 회사가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 그 계획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면서 “여기에 막강한 영향력과 높은 권위를 가진 도쿄증권거래소가 정책을 제시하면서 일본기업의 기업가치 제고를 장려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 기준 PBR 1배 미만이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8% 미만인 일본기업의 비율은 과반에 이르는 상태였다. 

이에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해 3월 상장사에 외국인 투자자의 진입 유도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일본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인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을 요구했다. 

대표적으로 PBR 1배 이하 상장사의 주주가치를 개선하기 위한 계획의 수립 및 공시와 PBR 1배 이상 및 ROE가 자기자본비용보다 높은 시가총액 상위 150개 회사를 추종하는 JPX Prime 150 벤치마크 신설, 월간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의 등재 등이 개선책으로 제시됐다. 

일본기업도 호응했다. 지난해 순이익 감소 전망에도 불구 상장사 60여 개의 기업이 배당성장과 자사주를 매입해 나가며 주주 친화책, 환원책을 시행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정책 제시와 기업의 주주환원책 강화 노력은 일본증시의 바람을 일으켰다. 

지난달 30일 대신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은 지난 2022년 4분기 대비 180개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IT, 산업재, 경기재 섹터에서 PBR 1배 미만을 탈출한 기업이 쏟아져 나왔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저평가가 심한 은행주는 PBR 개선 폭이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20일 기준, 지난 1년간 일본 니케이 225 지수는 37.75%, 토픽스 1부 지수는 30.71%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준 나스닥 지수가 38.44% 상승한 것 다음으로 주요 선진국 중 최상위권 상승률을 기록하며 일본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사실상 성공을 증명했다.

오는 26일 한국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일단 시장은 벌써부터 뜨겁다. 지난 19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2680으로 마감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특히 외국인의 매수세가 뜨겁다. 

지난달 17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처음 제시된 이후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19일부터 1달 동안 단 2일 제외한 모든 거래일에서 순매수 동향을 나타냈다. 이 기간동안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 순매수 금액은 8조9438억원에 이른다.   

이외에도 대표적인 저평가, 저PBR 주식으로 인식되는 금융주와 통신주는 박스권을 뚫으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로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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