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의 공모가 대비 상장 첫날 종가 수익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IPO 공모가 저평가 요인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OECD 주요국 중 가용자료가 있는 27개국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식 상장 첫날 종가 수익률에서 한국은 지난 1980년부터 2022년까지 공모가 대비 평균 52%의 수익률을 나타내 조사국 중 1위를 기록했다.

상장 첫 거래일의 경우 주가가 극단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 다만 한국은 신규 상장 이후 5거래일과 20거래일의 주가 동향을 살펴보더라도 21세기 들어 금융위기 시기였던 지난 2007년과 2008년을 제외한 모든 연도에서 로그수익률이 0을 상회했다.

공모가 저평가 수식은 공모가격과 상장 이후 T거래일 이후 종가간 로그수익률에서 공모가격 확정 후 해당 거래일까지의 벤치마크 로그수익률을 차감해 산출한다. 이 값이 0 이상이 나오면 공모가격이 적정 시장가격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물론 공모가의 저평가가 나쁜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IPO 시장에서 발생하는 공모가 저평가는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공모 흥행 실패를 막기 위한 방안이다. 공모에 있어 투자자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낮은 공모가가 유리해서다.

하지만 기업의 적정가치가 충분히 공모가에 반영되지 않으면 신규 공모기업의 자본조달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또 수요예측과정에서 희망공모가격 범위를 초과하는 등 제대로 된 공모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실제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IPO 시장 공모가격이 시장가치 대비 약 22%정도 평가절하된 저평가 표본의 경우 수요예측에서 약 66%가 희망공모가 밴드 상단을 초과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저평가 외 표본의 밴드 상단 초과 46%보다 20%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희망공모가격 범위를 벗어난 수요가 충분히 관찰됐음에도 최종 공모가격은 이러한 수요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신규상장기업의 특성 측면에서도 공모가 저평가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지난 2010년대 중반 이후 거래소의 상장요건 완화와 특례상장 제도 확대로 인해 성장성과 기술력을 갖춘 중소형 신규상장기업이 증가하면서 정보의 비대칭성 또한 커졌고 이것이 적정 공모가격 책정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산규모 300억원 미만인 신규공모기업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의 공모가 저평가 크기를 분석한 결과 5거래일과, 20거래일 기준으로 중소형 기업의 평균 공모가 저평가 수준은 대조군 대비 각각 11.7%, 10.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규모가 정보 비대칭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라면 공모가 저평가는 정보 비대칭 정도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러한 결과는 한국 IPO 시장에서 시장 관행이나 제도적 환경으로 인해 공모가 산정에 있어 인수인의 재량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는 구조임을 시사한다”며 “IPO 시장의 성숙도는 자본시장의 경쟁력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IPO 시장의 제도와 관행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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