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고팍스 인수전에 투자자 불똥
대주주변경 신고 3번째…FIU ‘묵묵부답’
“국내시장 교란” vs “정당한 심사 아냐”

2024년 02월 22일 15:15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파산 위기에 처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의 대주주변경을 가로막고 있다. 이에 수백억대의 투자자 채무 상환 역시 지연되고 있다.

22일 고파이 피해자 채권단(이하 채권단)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FIU를 상대로 탄원서를 내고,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단체 시위에 돌입할 예정이다.

FIU가 지난 1년간 일부 행정절차를 의도적으로 미뤄 고팍스 파산 위기를 키웠다는 이유다.

고팍스는 지난 16일 “바이낸스 외 투자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 고팍스는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다”며 “상황을 고려해 채무를 약 20% 탕감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채권단에게 발송했다.

현재 고팍스는 빚더미에 올라 투자자 자금 지급불능 상태로, FIU에 최대주주 변경 신고가 수리돼야 미상환 금액을 고객에게 반환할 수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을 보유하고 있던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2022년 10월 가지고 있던 가상자산을 고팍스에 빌려줬다. 운용사로부터 이자수익을 지급받는 구조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를 통해서다.

고팍스는 이를 통해 모인 총 566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다시 미국 금융기관인 FTX에 빌려줬다. 그러나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FTX가 파산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때 중국계 기업인 바이낸스가 고팍스에 투자 의사를 밝히며 위기가 해소될 기미가 보였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2월 고팍스 지분 72.26%를 취득해 대주주로 등극했다. 바이낸스는 지난 2022년 7월 기준 총 395개의 암호화폐가 상장된 세계 최대 규모의 거래소다.

이에 따라 고팍스는 지난해 3월 초 바이낸스 측 3명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등기임원 변경 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FIU는 바이낸스가 중국계 자본인데다 미국에서 자금세탁 여부가 입증됐다며 수리를 거부했다.

같은 해 7월과 10월에도 고팍스는 대표이사를 한국인으로 바꾸는 등 2번의 등기임원 변경 신고서를 추가로 제출했지만, 여전히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당시 FIU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고팍스 신고 수리가 지연되는 이유로 “임원 변경 시 국내외 금융 관련 법령 위반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 기관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심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변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 사이 가상자산 가치가 2배 급등하며 고팍스의 빚도 덩달아 불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고팍스 부채액은 1100억원에 육박한다.

채권단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바이낸스의 자금세탁 행위가 우려되는 게 이유라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협업 등 타 국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대비할 수 있는 데다, 향후 위법 행위를 할 경우 가상자산사업자 권리를 박탈하는 등 사후 규제로 대처 가능하다는 것.

사효리 채권단 대표는 “현행법상 바이낸스의 행정절차 신고가 적법한 상황에서 마땅히 국민을 보호할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FIU는 2875명의 피해자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제7조 제3항에 따라 대주주변경 신고 불수리 대상에 해당하는 경우는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획득하지 못한 자 △실명확인 계좌가 없는자 △등기임원 등이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자 등이다.

채권단은 “고팍스의 변경 신고는 각호의 불수리 사유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45일 이내에 수리됐어야 했다”며 “이는 법령에 근거한 정당한 심사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지적했다.

FIU와 금융감독원은 고팍스 측에 “변경 신고 심사는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어떤 부분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는지, 과거 변경신고 사례와 달리 지연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전한 상태다.

대한금융신문 이연경 기자 lyk@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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