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형 양조장 최적화, 전통주 전 제품 생산
하이브리드형 증류기 도입, 지역특산 소주 개발

인천 전통주 1호 양조장인 송도향전통주조가 올해부터 증류주를 생산하기 위해 최근 하이브리드형 증류기 설치를 마치고 튜닝작업에 들어갔다. 송도향 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족경영 형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은 증류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딸 강예진 팀장과 강학모 대표, 그리고 아들 강양욱 과장이다. 
인천 전통주 1호 양조장인 송도향전통주조가 올해부터 증류주를 생산하기 위해 최근 하이브리드형 증류기 설치를 마치고 튜닝작업에 들어갔다. 송도향 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족경영 형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은 증류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딸 강예진 팀장과 강학모 대표, 그리고 아들 강양욱 과장이다. 

인천을 대표하는 전통주 양조장 ‘송도향전통주조(대표 강학모, 이하 송도향)’는 인천 남동공단에 자리하고 있다. 도심 양조장이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지다. 아파트형 공장의 8층을 찾았다. 한 층의 높이가 족히 4m는 넘어 보였다. 처음부터 농촌에 자리한 양조장의 경관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도시 양조장들이 가질 수 없는 경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를 마치면서 든 생각은 경관이 수려한 지방의 일부 양조장에 절대 밀리지 않는 최적화된 양조장이라는 점이었다. 

8층 양조장의 공간은 복층으로 나뉘어 있었다. 아래는 발효와 숙성의 공간이다. 효모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온도조절 장치가 되어 있는 것은 기본이었다. 윗부분은 아파트형 공장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깔끔하게 정리된 시음공간과 사무공간이다. 양조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올 1월에는 증류기까지 도입해 7층에 별도의 증류소를 차렸다. 절반쯤은 양조장에 필요한 각종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였으며 중앙에는 500ℓ 규모의 하이브리드형 동증류기가 장치산업 특유의 육중한 외모를 드러내고 있었다.

송도향이 문을 연 것은 10년 전인 2014년. 인천 청학동의 작은 둥지에서 출발했다. ‘드라이’한 술맛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송도향은 지난 2017년 현재의 아파트형 공장으로 양조장을 이전한다. 전통주 대부분이 단맛을 내던 때였다. 술맛 아는 주당들은 송도향 술맛을 알아봤고 주점과 레스토랑에선 주문량이 늘었다. 당연히 생산량도 늘려야 했다. 

송도향의 대표 선수는 ‘삼양춘’이다. 덧술을 두 번 하는 삼양주 방식으로 만든다. 고급주를 만들 때 쓰는 제조법이다. 여기에 ‘춘(春)’을 붙였다. 예부터 맑고 좋은 술을 뜻할 때 썼던 술이름이다. 그만큼 ‘삼양춘’의 주질과 술맛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인천 제1호 전통주로서 ‘인천 삼해주’의 전통도 담고 싶었다고 강 대표는 말한다.

처음에는 탁주와 약주 두 종류를 생산했다. 여기에 맑고 깔끔한 술을 찾는 고객의 니즈에 맞춰 청주를 보태 삼형제를 생산했다. 

송도향은 ‘드라이’한 술맛으로 이름을 알리던 양조장이다. 처음에는 ‘삼양춘’ 탁주와 약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맑은 청주와 함께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인 ‘에빗’의 죠솁 셰프와 함께 협업을 통해 ‘오마이갓’ 제품들을 출시했다. 올해는 강화도산 고구마 등으로 소주를 생산할 계획이다.
송도향은 ‘드라이’한 술맛으로 이름을 알리던 양조장이다. 처음에는 ‘삼양춘’ 탁주와 약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맑은 청주와 함께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인 ‘에빗’의 죠솁 셰프와 함께 협업을 통해 ‘오마이갓’ 제품들을 출시했다. 올해는 강화도산 고구마 등으로 소주를 생산할 계획이다.

제품이 늘면서 강학모 대표는 양조장을 가족 경영형태로 확장했다. 2018년에는 아들 강양욱 씨가, 그리고 이듬해에는 딸 강예진 씨가 합류했다. 든든한 지원군이 보태지면서 송도향은 다채로운 술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인 ‘에빗’(서울 신사동 소재)과 협업으로 ‘오마이갓’ 브랜드의 술을 만들었다. 순곡주만을 고집하던 송도향의 술이 에빗의 오너 셰프인 조셉 리저우드의 아이디어를 수용해 가향주까지 확장된 것이다.

‘오마이갓’은 스파클링 약주와 탁주 두 제품으로 기획되었다. 스파클링 약주는 목련꽃청을 넣어 봄꽃향이 가득한 술이다. 게다가 샴페인처럼 자연 탄산이 가득한 스파클링 약주다. 이런 종류의 술은 탄산의 유지 시간이 생명이다. 더불어 개봉의 편의성도 함께 갖춰야 한다. 송도향의 오마이갓은 두 가지 미덕을 모두 갖추고 있는 술이다. 오마이갓 탁주의 경우는 붉은색을 살리기 위해 페퍼베리와 히비스커스를 사용했고, 향을 살리기 위해 모과청을 부재료로 넣었다. 두 술 모두 우리 음식과의 페어링을 고려한 술맛을 지향했다.

강학모 대표는 2024년, 양조장 11주년을 맞아 새로운 술을 기획하고 있다. 서두에서 증류기 이야기를 꺼냈듯이 송도향의 올 한해는 증류소주가 주인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술의 필요성을 느낀 강 대표는 오래전부터 소형증류기로 다양한 방법의 시범양조를 해왔다. 그리고 올 1월 중국에서 상업용 증류기를 수입해 직접 제작까지 마쳤다. 상압은 물론 감압 증류까지 가능하며, 단식 증류와 연속식 증류 모두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증류기다. 특히 감압 증류가 가능한 동증류기는 송도향이 국내 유일한 사이트일 것이다.  

강 대표의 술은 강화도산 농산물을 사용해 지역특산주로 내고 있다. 그래서 소주도 지역 재료로 만들 계획이다. 현재 후보는 강화도산 쌀, 쌀보리, 고구마 등. 아직 제조법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특유의 향기가 있는 고구마, 또는 여러 재료의 증류 원주를 블렌딩한 소주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송도향 제품의 막내인 ‘송도막걸리’는 술의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도록 리뉴얼 작업에 들어갔다. 이 막걸리는 제주산 레몬을 넣어 시트러스한 향과 맛을 중심에 두고 있다. 그리고 탄산을 가득 담은 스파클링 막걸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레이블과 제품명, 그리고 주병까지 이 특징을 살리지 못하고 있어 술맛에 걸맞은 패키징을 선택하려고 한다. 이 작업의 중심에 강예진 팀장과 강양욱 과장 등 가족의 힘이 모아지고 있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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