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양조장 늘고, 증류기 도입 브루어리도 증가
우리 술에서 향기와 맛 찾은 소비자 늘어난 덕분

최근 증류주 전문 양조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향을 즐기는 젊은 소비자가 늘어난 덕분이다. 증류소주는 쌀이 지닌 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술이다. 희석식소주와는 풍미 자체가 다른 술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은 ‘우리술품평회’에서 전시되었던 우리 증류식 소주들이다.
최근 증류주 전문 양조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향을 즐기는 젊은 소비자가 늘어난 덕분이다. 증류소주는 쌀이 지닌 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술이다. 희석식소주와는 풍미 자체가 다른 술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은 ‘우리술품평회’에서 전시되었던 우리 증류식 소주들이다.

증류주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광풍처럼 불고 있는 위스키 붐이 이를 확인시켜준다. 물론 젊은 층의 하이볼 수요가 합쳐진 결과지만, 어찌 됐든 최근 술 트렌드는 향을 즐기는 증류주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이 같은 추세는 증류소의 증가와 증류기를 도입하는 양조장의 움직임에서도 포착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런 움직임은 하나의 ‘운동’처럼 번져가고 있다. 마치 크래프트맥주 시장의 성장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북미지역 양조장들이 선택한 ‘크래프트 증류소’ 붐의 한국판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현재의 흐름을 ‘운동’이라는 거창한 단어로 포장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증류주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증류소’의 출현은 분명, 큰 사건이다. 그동안의 주류시장에서 증류주만을 생산하는 양조장은 언감생심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값싼 희석식 소주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증류주로 경쟁한다는 것이 무모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20여 년 전 ‘광주요’에서 증류주를 만들기 위해 ‘화요’를 생산한 것이 거의 유일무이한 도전이었다. 

그런데 시장 트렌드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전통주를 포함한 우리 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전통주와 지역특산주 양조장에서 내놓은 증류소주의 품질을 확인한 소비자들이 비로소 증류소주에서 향기와 두터운 바디감을 느끼게 된다.

술의 시장 확장력은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속설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눈에 들어와야 찾고, 향과 맛을 봐야 비로소 술을 소비하게 된다. 증류소주도 이 과정을 거치면서 충분하지는 않지만, 충성스러운 고객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특히 작은 규모의 증류소는 충북 충주에 있는 ‘주향담을’ 정도였는데, 취재를 위해 최근 파악한 것만 보더라도 지난 2년 동안 8개 정도(표 참조)의 증류소가 신규로 시장에 등장할 만큼 증류주에 대한 시장의 요구는 뜨겁기만 하다. ‘스마트브루어리(대표 오세용)’는 쌀에서 나오는 음양향 덕분에 이름을 널리 알린 증류소다. 평창에 있는 ‘독도소주(대표 임진욱)’는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낸 브랜드를 통해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시장까지 노크하고 있으며, ‘미음넷증류소(대표 송충성)’는 전통제조법을 최대한 현대식으로 재해석해 쌀증류주가 낼 수 있는 최고의 향기를 낸다고 평가받고 있는 증류소다.

이와 더불어 재료를 특화시켜 독특한 향을 추구하거나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처럼 연예인 브랜드의 소주를 준비하는 곳도 있다. ‘화심주조(대표 오수민)’는 군쌀과 군고구마를 소주의 재료로 선택했고, ‘온증류소(대표 오규섭)’는 참깨를 증류한 참깨소주 ‘연연’을 생산하고 있다. 강원도 인제의 브리즈앤스트림도 보리와 메밀을 소재로 한 술을 생산하고 있고, 경기도 용인에 있는 ‘제이1(대표 황재원)’은 조만간 가수 성시경의 ‘경소주’를 생산할 예정이다. 

증류주 관련 동향 중 지난해부터 새롭게 나타난 현상은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들이 적극적으로 증류기를 도입하거나 위스키 증류소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스키 증류소의 경우 롯데주류와 신세계 등 대형사들이 증류소 계획을 추진하다 잠정 중단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소형 맥주양조장들이 크래프트 증류소 붐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파주에 있는 ‘부루구루(대표 박상재)’는 지난해 ‘라이트힐디스틸러리’를 만들었고, 김포에서 맥주를 생산하고 있는 ‘크래프트브로스(대표 강기문)’는 위스키 증류기를 도입해 자신들이 농사한 김포산 보리로 몰트를 만들어 증류하는 원대한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또한 문경에 있는 태평주조(대표 양준석)와 가평의 크래머리(대표 이원기·이지공)는 각각 증류기를 도입해 보리(몰트)가 아닌 지역 농산물로 진을 생산할 계획에 있다. 울릉도에서 3월 중순에 정식 오픈할 ‘울릉브루어리(대표 정성훈)’도 맥주와 함께 증류주 생산을 위해 설비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증류주를 생산할 예정이다. 또한 인천브루어리에서도 진과 리큐르 생산을 위해 최근 증류기를 도입하고 ‘마괴도가’라는 이름의 증류소를 차렸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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