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남은 시스템 구축
누가 어떻게 비용 낼지
유관기관 시스템 연계마저
“정해진 바 없다” 한목소리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 개념도(자료=보험개발원)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 개념도(자료=보험개발원)

2024년 3월 19일 8:14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실질 시스템 구축이 반년도 남지 않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시스템에 잡음이 감지된다.

19일 조달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지난 8일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 구축사업 입찰 공고를 냈다. 입찰 마감은 이달 25일이고, 같은 달 27일 제안설명회를 갖는다.

예산 규모가 결정되지 않은 비예가 입찰로 진행된다. 복수의 입찰 참여자들이 보험개발원의 제안요청서를 참고해 입찰가격을 제출하는 방식이다.

올해 10월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1단계 연계 대상 병원은 병상 30개 이상의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등 총 7725개 요양기관이다. 내년 10월 25일까지 2단계 연계 대상은 의원급으로 확대돼 9만3472개로 확산된다.

보험사는 실손보험을 보유하거나 보유 예정인 총 33개가 참여한다.

제안요청서(RFI)를 살펴보면 요양기관이 전송대행기관인 보험개발원에 보험금 청구 필요서류 등의 전자문서를 암호화해 전송한다. 이를 개발원이 요양기관의 서류를 표준화된 레이아웃으로 가입된 보험사에 전달하는 구조다.

대한금융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차년도 시스템 구축까지 예상되는 총 비용은 1300여억원에 이른다. 이는 보험협회 연간 예산의 약 3배에 달하는데, 추후 운영비용까지 고려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1차년도에 이에 절반에 이르는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점쳐진다.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사업이지만, 지금 시점에도 아직 분담금 비율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험사의 대표적인 분담금인 보험협회비 산출 기준을 대입하면 원수보험료(매출) 비중으로 결정된다.

실손보험의 경우 보험사별 원수보험료나 보유계약건수에 따라 전산이용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33개사 중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회사는 신규 계약건에 따른 전산 청구 자체가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실손보험 보유계약 건수는 총 3565만건으로 손해보험 82.8%, 생명보험 17.2% 비중으로 나뉜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현대해상이 17.3%로 가장 많고 뒤이어 DB손해보험 14.0%, 메리츠화재 12.4%, 삼성화재·KB손해보험 각각 11.6% 등으로 전체의 66.9%를 차지한다. 전체 운영비용의 절반 이상이 손해보험 상위 5개사를 통해 지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스템 구축에 따른 유관기관간 협의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시스템 구축 예산의 변동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RFI에는 보험사의 계약정보를 집적하는 신용정보원을 통한 보유계약 조회를 업무 프로세스(안)으로 두고 있지만, 아직 신용정보원에 별도 협의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보험사의 계약정보를 전산으로 받는 경우 보험개발원과 보험사간 전산연결이 필요하다. 보유계약 조회가 신용정보원 한 곳에서 이뤄진다면 전산 구축이 더 빠르고, 예산도 줄일 개연이 생긴다는 게 관련 업계의 전언이다. 

보험금 청구 이후 계약자 계좌의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은행연합회 시스템과도 연계가 필요하다고 RFI에 적시했지만, 정작 은행연합회는 현 시스템 구축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예가 입찰 특성상 시스템 구축사업에 참여하는 SI업체 역시 혼선이 예고된다. 

보험개발원은 다음달부터 시스템 개발에 돌입하는데 시스템 안정화에 대한 테스트까지 고려하면 반년도 안남은 일정이다. 

한편 금융당국의 늑장 대응을 지적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손 청구 간소화법이 통과된 건 지난해 10월 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보건복지부, 의약계, 보험업계, 보험개발원 등이 참석한 실손청구 간소화 태스크포스(TF)에서는 이달 15일에서야 전송대행기관으로 보험개발원을 지정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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