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국내 금융권 전체 이사 중 여성 비중이 약 12%에 불과하다며 ‘성별 비대칭’을 콕 짚어 지적했기 때문일까.

주요 금융지주들은 올해 슈퍼주총에서 여성 사외이사 선임 확대를 중점으로 이사회 인적 구성 변화를 꾀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여성 신임 사외이사 선임을 안건에 올려 통과시켰으며 KB금융은 설립 이후 최초로, 신한금융은 14년 만에 여성 이사회의장을 앉히기로 했다.

일각에선 이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기류가 흘러나온다. 여성 사외이사를 몇 앉히는 게 정부 시선을 돌리기 위한 보여주기식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는 것.

이사회가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있단 지적엔 비단 성별 다양성만 문제였던 게 아니었다. 이사회의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선 구성원의 다양성, 전문성 확대가 요구된다.

이번 주총에서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안이 원안대로 가결되면서, 이들 사외이사 수는 총 32명이 됐고 이 중 40% 이상이 학계 출신이다.

물론 학계 인사가 갖춘 전문성도 뛰어나지만, 실무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이론적 지식에만 기반한 의사결정으로 편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또 금융지주 이사회가 여전히 경영진의 지배력을 키우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핵심 역할인 독립적 감사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우리금융지주는 이사회 구성원에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참여시키지 않았다. 이례적인 일에 금융권에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원톱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지적에 업계에선 사외이사 구인난을 호소한다.

금융사 사외이사의 겸직 금지 이슈와 감독 규제 강화로 사외이사의 역할 및 책임이 커지면서 후보군으로 불릴 만한 이들이 고사하는 경우가 많아져 교수, 법조인 등 기존 풀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지주 이사회의 다양성, 전문성, 독립성 문제 제기는 한두 해 이야기가 아니다.

당국은 이사회 기능을 확대하고자 규제를 강화하는 건데, 금융지주는 이 때문에 개선 여지가 없어졌다 탓하는 상황만 계속되고 있다.

그러는 동안 금융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했고,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할 책무를 부여받은 사외이사들이 ‘대체 뭘 했냐’는 물음표다.

구색만 맞춘 되돌이표는 금융지주 스스로의 견제와 자정 기능을 퇴보시킬 뿐이다. ‘완치는 병의 뿌리를 뽑아내면서 시작된다’는 말을 새겨야 할 때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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