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보다 브띠끄형 IB육성

 

잠재적 성장가능성 충분해

 

▲ 금융경제연구소 채지윤 연구원     © 대한금융신문

올해는 IMF 외환위기를 겪은 지 10년이 되는 해다. 지난 10년간 국내 유수대기업 및 은행들은 외국계 금융기관들에 대거 인수 합병돼 왔다.
한미은행, 제일은행은 이미 외국계은행이 됐고 외환은행도 HSBC가 인수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다 하나금융지주를 포함한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외국인지분이 50% 이상이고, 국민은행의 경우 외국인 지분이 85%에 이른다. 실질적으로 국내 국적은행이 거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과 함께 기업구조조정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빈부격차 및 실업률은 급증했다. 이로 인해 양산된 신용불량자는 400만명, 금융소외자는 700만명에 달하고 있다.
국가경제의 기반으로 공공성을 실현하며 국민경제생활의 혈류로 작동돼야 할 금융산업이 외국 금융자본의 수익성 창출 도구로 사용되고 그 부담을 국민이 지고 있는 판국이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금융기관 아웃소싱법, 금융허브, 자본시장통합법 추진으로 이어지는 금융시장 개방 및 금융서비스산업 육성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물론 우리나라도 이제 경제적 수익성 및 성장성 측면에서 제조업 기반 산업구조를 탈피하고 서비스업 중심으로 국가기반산업을 탈바꿈해야하는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금융 공공성 기반이 약화돼 있는 이 같은 상태에서는 서민금융의 회복이 시급하다.
그 동안 도태된 금융소외자를 구제하고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적극적인 서민 지역 중심의 금융지원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외국 자본에 맞서 국적 금융이 맞설 수 있는 한국형 투자은행의 건전한 육성이 시급하다.
지난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을 불과 1년 5개월(2009년 2월 시행) 남겨놓은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에는 한국형 IB를 글로벌 투자은행의 경쟁 속에 아시아 리딩 투자은행으로 육성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금융투자상품 포괄주의, 금융투자업무 겸영허용, 투자자보호 확대 및 펀드자산 운용 완화를 골자로 한 자통법은 과도한 금융상품 및 업무기준 완화라는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금융시장 불안정성의 요인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시장 개방 및 규제완화로 금융 조절기능이 약화된 상태에서 리스크의 크기와 전이범위가 확대되면 고수익, 고위험 자산을 대상으로 한 파생상품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펀드자산의 운용완화는 이러한 리스크를 가중시키고 복합화하게 된다.
그러므로 금융투자상품, 펀드의 광범위한 기준을 제한해야 하고 투자상품 및 펀드의 위험성에 따른 등급 및 등록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세금 탈로를 이용, 금융시장의 음성시장으로 자리잡을 위험이 있는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금융투자업무의 겸영으로 발생되는 이해상충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방지 기구 및 소비자 감시단을 설치,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투자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대형 투자은행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산운용업 특화방식의 브띠끄(Boutique)형 IB 육성이 선도돼야 할 것이다.
현 우리나라 5대 증권사 총자산은 미국의 글로벌 투자은행의 0.8%에 불과하다.
때문에 자본규모 및 조직력을 단기간에 추월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단기적으로는 대형 IB의 추구보다는 자산운용업 특화형식의 브띠끄형 IB를 먼저 육성해 전문사업분야로 특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최근 아태지역 고액순자산보유자(금융자산 100만달러 이상 자산가, 이하 HNWI)가 급증하고 있으므로 이런 자산운용업 특화전략은 묘수가 될 수 있다.
현재 아태지역 고액순자산보유자 비율은 전세계 HNWI의 88.7%에 이른다.
더욱이 한국과 인도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HNWI 수가 증가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그러나 이런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아태지역에서 우리나라는 자산관리서비스 시장이 아직까지 가장 덜 성숙한 축에 속해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향후 자산관리서비스 시장의 개발 및 발전 가능성은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앞으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M&A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후 자산운용업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백 오피스 기능을 강화해 아시아 금융시장의 자산운용업 특화거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할 것이다.
이후 이를 기반으로 자본규모를 확대하면 향후 아시아 및 글로벌 리딩 IB를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금융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

 ▷프로필
- 성명: 채지윤
- 2005.2~ 현재: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 재직
  (현 한국외대 MBA 경영대학원 재무관리 전공)
<연구보고서>
-투자은행의 이해와 한국형 투자은행(2007.9.)
<연구조사>
-싱가폴 GIC 모델의 이해
-대만의 경제 현황
-우리나라 은행의 인력교육 및 훈련 투자 현황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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