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농협 분사 통한 사업강화

우리銀 … V카드 점유확대 주력

카드 분사 가능성을 놓고 시중은행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국민은행이 지주사 전환 후 1년내 카드분사를 실시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하나은행도 목표 회원수 500만명을 확보할 경우 카드분사를 고려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외에 농협과 우리은행도 치열한 카드시장의 경쟁 속에서 카드분사의 득과 실을 면밀히 따지고 있는 분위기다.

◆하나銀, 유효회원 5백만명 목표

지난달 28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카드 유효회원이 500만명을 넘으면 카드 분사를 추진할 만한 여건이 된다”면서 “창의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를 살릴 수 있다는 게 카드 분사의 가장 큰 이점”이라고 밝혔다.

현재 3월말 기준 하나은행의 카드 유효회원은 약 474만명.

이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5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 하나은행 측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관계자는 “카드분사 시점은 내년께로 전망하고 있다”며 “올해 카드모집인제도를 부활시켜 카드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이 이처럼 카드분사에 적극적인 이유는 현행 체제로는 카드사업을 강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드사업에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 공격적인 마케팅 등이 박자를 맞춰야 하는데 은행 특유의 ‘보수적인’ 성향이 이를 제약한다는 것.

아울러 분사를 통해 조직 및 인사, 시스템 등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한 요인이다.

신용카드의 주고객인 청·장년층 소비자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젊고 유연한 마케팅 전략상 경직된 은행의 분위기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농협, ‘NH카드분사’ 영업 강화

신용카드 듀얼브랜드 체제로 전환을 추진중인 농협 역시 ‘NH카드분사’를 통해 신용카드 사업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농협NH카드분사는 우선 그 전초기지라고 할 수 있는 ‘NH카드 강북영업소‘를 개설하고 당초 일정보다 조금 늦은 이달말 강남영업소도 문을 열 계획이다.

강북영업소에는 카드모집인 50여명을 배치했으며 1인당 월 100명의 신규회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농협은 또한 늦어도 내년 말까지 약 50개 영업소를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다.

농협 NH카드분사 윤한철 사장은 “농협은 자체 카드를 만들 수 있는 카드 라이센스가 있지만 그동안 이를 거의 사장해왔다”며 “BC카드도 영업하면서 농협 독자카드도 판매하는 병행판매를 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240만명의 조합원과 6만5000여명의 직원, 5300여개 지점을 가진 농협이 카드영업을 강화함으로써 향후 카드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우리銀, 아직 인큐베이팅 단계

우리은행은 우리V카드의 거침없는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카드분사에 대해선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 13일 우리은행은 출시 11개월 만인 우리V카드의 가입고객 260만명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02년 한번 분사를 시도했다가 카드대란 사태로 ‘쓴맛’을 본 우리은행은 성급한 카드분사 보다는 시장 경쟁력 확보에 더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카드업무는 은행의 일반적인 업무와 차이가 크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며 “조달 코스트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조금더 은행내에 두고 ‘인큐베이팅(Incubating)’ 해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카드사들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신한카드가 23.1%로 선두를 기록한 가운데 국민(16.4%) 삼성(10.3%) 현대(8.4%) 하나(7.1%) 기업(5.9%) 농협(5.9%) 롯데(5.8%) 우리(5.1%) 외환(3.7%) 등이 뒤를 이었다.

◆경쟁심화 우려

카드영업의 경쟁심화 또는 분사는 곧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카드시장의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카드대란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던 순이익이 3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45.2%(5개 전업계 카드사) 감소하는 등 추세가 반전됐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현재 32개인 모집인·카드설계사 조직을 올해 안에 50개로 늘릴 방침이고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신규 회원을 각 140만명, 160만명 늘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농협까지 가세해 올해 카드시장은 지난해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집인이 늘어나면 결국 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과거와 달리 신용평가 등의 시스템이 잘 갖춰졌기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대량 발생하는 등의 과거 전례는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李周石 기자>moozee@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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