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감지기 설치해도 감염자 속출

지점 선제적 대응장비 무용지물
 
환절기를 맞아 신종인플루엔자(이하 신종플루) 감염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대응능력은 제자리걸음이다.

현재 신종플루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총 4단계 주의 중 3단계인 경계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국내 은행은 보건복지부 경계경보에 따라 대응계획을 수립, 진행 중이지만 전염병을 예방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외환은행은 본점 및 전산센터 등 수백 명 이상이 근무하는 곳에 열감지기 카메라를 설치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4일 본점, 콜센터, IT센터에 4대의 열감지기 카메라를 운영 중이며 신한, 우리, 외환은행은 본점에 열감지기 카메라 2대를 각각 설치했다.

이들 은행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며 열감지기 카메라를 설치한 이유는 신종플루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 대당 3000만원의 고가에 해당하는 열감지기 카메라는 산업용으로 감염환자를 발견하기엔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설치·운영 중인 카메라는 최대 2도 이상의 오류를 범하고 있어 정확한 체온 확인이 불가능하다.

즉 신종플루 초기 증상이 발열이지만 사실상 감염자 확인을 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설치 장소도 출입구 통로보다 로비에 설치돼 있어 방문하는 고객 및 직원들을 일일이 검사할 수 없다.

실제로 열감지기를 설치한 A은행 본점은 최근 확진 환자 2명이 발생해 방역에 나서는 등 진화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은행 관계자는 “현재 각 은행마다 온도 오류에 대한 대응책으로 오전에는 32도, 점심은 35도, 저녁에는 34도로 각각 온도를 다르게 설정하고 있다”며 “거리에 따른 오차범위도 있지만 방문 고객 및 직원들을 일일이 검사할 수 없어 사실상 대응능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에 대한 무사안일주의는 지점도 마찬가지다. 현재 시중은행 전 지점에는 손세정제와 마스크가 배치된 상태다.

하지만 신종플루는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손세정제만으로 예방하기엔 부족하다.

최근 B은행 지점의 신종플루에 대한 임시 폐쇄 조치는 이를 반증한다.

감염경로는 은행을 방문한 고객에 의한 것으로 전해져 지점에 설치한 손세정제는 무용지물이었단 얘기다.

호흡기 질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은행 업무 특성상 사용할 수 없기에 추가 발생의 우려가 항상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질병관리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무균점포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손세정제, 마스크보다 오존살균기 등 공간살균 제품 문의가 증가하는 추세다.

공간살균 제품은 스프레이 형태로 손은 물론 생활공간의 살균 소독해 지점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세균감염예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은행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은 주로 40~50대 고객이 많다. 이들에 대한 면역력을 감안했을 때 지점의 질병관리에 대한 관심은 넘쳐도 부족하지 않다.

WHO 마거릿 찬 사무총장은 “모든 인류는 전염병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 대비하지 않는 것보다는 과잉 대비가 낫다”고 주의한 바 있다.

지금은 이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車振炯 기자>ji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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