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마감 앞두고 업무 공백

신한·하나 소진율 80%달성
 
 
1년 농사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는 은행권에서 업무 공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연월차 휴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키로 은행 노사가 합의하면서 대다수 직원들이 12월에 휴가일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연월차 휴가 의무사용을 추진한 신한, 하나은행만이 소진율 80%를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은 이미 상당수의 직원들이 휴가를 사용했기 때문에 휴가사용에 따른 업무 공백 현상은 최소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10월 이후 임금단체협상을 체결한 은행의 경우 소진율이 50%도 채 안돼 12월 휴가로 빠져나간 인력 공백을 메우는 일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연월차 10일 중 아직 5일도 쓰지 못해 어쩔수 없이 12월에 휴가를 사용하게 됐다”며 “연말마감 때문에 바쁜 것은 알지만 50%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대다수 직원들이 눈치를 보며 휴가시기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영업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휴가로 공석이 되는 창구가 늘면서 남은 직원에게 업무가 가중되는 탓이다.
 
일부 은행은 본점 직원들을 영업점에 지원을 보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은행 관계자는 “창구 직원 한 명이 빠지면 다른 직원들은 2∼3배 힘들어진다”며 “평소 거래하던 직원이 왜 없느냐고 항의하거나 대기시간이 길어진 것에 불만을 표출하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지점장 등 부서장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A은행 본점 부장은 “일손 하나도 아쉬운 시기에 휴가를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며 “휴가를 가는 직원이나 남아서 일을 하는 직원이나 모두에게 스트레스다”라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는 직원은 적은 편이다.
 
못 다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집에서도 파일을 가져와 일을 하거나 휴가 중 업무와 관련된 동료 직원의 전화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휴가를 내놓고 회사에 나와 일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업계 안팎에서는 내년에도 연월차 의무사용을 독려할 것으로 예상돼 효율적인 휴가 사용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할 전망이다.
 
<車振炯 기자>ji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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