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ATM 이용 사실상 불가능

설치 기준 법적근거 마련돼야
 
중증 시각장애인은 사실상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YMCA는 대학생 모니터단 ‘Y 아이즈(eyes)’를 통해 지난 10∼12월 서울소재 은행 123곳에 설치된 ATM 650대를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중증 시각장애인이 사용 가능한 기기는 이중 단 6대(0.9%)로 국민은행(증권타운, 코엑스, 명동중앙, 강남 지점), 기업은행(여의도 한국증권 지점), 씨티은행(강남 지점) 뿐이다.

시각장애인이 ATM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점자형 키패드와 음성시스템이 모두 지원돼야 한다. ATM에 이어폰을 연결해 안내 메시지를 듣고 점자형 키패드를 통해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해 은행업무를 보는 방식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ATM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서울소재 은행의 1%도 미치지 못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시각장애인은 ATM 사용시 점자형 키패드와 음성지원시스템 중 하나라도 작동되지 않으면 이용이 불가능하다.

650대 ATM 중 239대(36.8%)가 둘 중 하나만 제공하고 있으며 과반수가 넘는 405대(62.3%)는 아예 점자형 키패드와 음성지원시스템 두 가지 모두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

공과금 수납기도 시각장애인 이용환경이 열악한 건 마찬가지다.

조사대상 115대 중 저시력자를 위한 화면 확대기능과 중증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키패드와 음성지원시스템을 갖춘 기기는 단 한대도 없었다. 150대 중 20대(17.4%)만이 카드와 통장 투입구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를 표시했을 뿐이다.

한편 장애인이 은행을 이용하기 위한 필수 시설물인 경사로를 설치한 은행은 41곳에 불과했다.

시각장애인의 보행편의를 돕는 안전봉은 4곳에만 설치돼 있어 은행 97%가 안전봉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휠체어를 타고 접근할 수 있는 하부 공간이 제공된 ATM 기 또한 단 하나도 없었다. 하부공간이 없으면 휠체어에 앉아 손을 뻗어도 기기에 닿지 않아 은행업무를 볼 수 없다.

서울YMCA는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금융사의 장애인 이용대책을 마련해 권고했지만 실제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며 “장애인을 배려한 편의시설을 금융기관에서 적극 도입하고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하루빨리 구체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文惠貞 기자>mik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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