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공감하나 수익성은 불확실

3천만원 내 세제지원 경쟁력 없어

A증권사에서 상품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B씨는 최근 ‘녹색’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올해 상반기(6월)까지 정부에서 추진하는 녹색성장정책에 맞춰 상품을 출시하라는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B씨는 “관련 업계 ‘최초’로 녹색금융상품을 내놓았다는 이름을 달기 위해 요즘에는 중남미 조림산업, 바이오 관련 세미나 등 증권과 관련 없는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지시는 우리 회사뿐만이 아닌 것 같다”며 “심심치 않게 해당 세미나에서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사람들을 만난다”고 업계 현황을 귀띔했다.

B씨가 이처럼 고민을 하는 것은 녹색금융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먼저 녹색산업 자체가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조림 등 녹색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아직까지 영세한 만큼 리스크가 크고 산업 특성상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연기금  같이 대규모 자금을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곳과 사전 계약이 있지 않으면 상품 출시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에서 인정하는 녹색인증 기업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상품 규모도 자연히 작아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녹색 인증제를 오는 3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인증 기준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또한 투자대상 프로젝트도 많지 않아 시장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투자자금을 모을 수 있는 녹색상품의 경쟁력을 찾는 것이 모든 상품개발자의 고민이다.

녹색금융상품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큰 경쟁력은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녹색산업 지원을 위해 조달자금의 60% 이상을 녹색 산업, 기업에 투자하는 녹색금융상품에 대해 녹색펀드는 1인당 가입액 연간 3000만원 한도 내에서 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 적용되며 녹색예금과 녹색 채권은 각각 2000만원, 3000만원 범위 안에서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관계자는 “투자 회임기간이 길고 상품구조가 복잡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사모펀드를 구상하고 있다”며 “이렇게 될 경우 세제지원이 큰 경쟁력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1인 투자자금이 큰 사모펀드의 경우 3000만원 한도의 세제 혜택은 의미가 없다는 것.

이어 관계자는 “녹색 기업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위험을 무릎 쓰고서라도 투자를 희망할 수 있는 파격적인 세제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녹색 프로젝트나 기업에 대한 불명확한 정의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상품 개발자 B씨는 “녹색과 성장이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한다는 자체가 아이러니 하지만 정부 정책인 만큼 녹색금융상품 출시는 올해 빠질 수 없는 과제”라고 덧붙였다.

<尹惠鎭 기자>yhj@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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