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객에게 너도나도 高금리 대출

‘가족에게 알리는 채권추심’도 여전
 
<대한금융신문=장승호 기자>저축은행, 캐피탈 등 제2금융권  대출행태를 들여다보면 국민을  가계 빚과 신용불량자 늪으로 몰았던 2000년 초 카드대란이 남긴 교훈을 잊은 듯하다.

당시 금융회사 리스크관리 개념이 부재한 탓에 소비자 개개인의  상환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금융이용한도 부여 등 마구잡이 영업이 이뤄졌고 결국 눈앞 이익에만 급급했던 정책은 부실자산 부메랑으로 돌아와 금융회사, 소비자, 국가경제 모두를 수렁에 빠뜨렸다.

뼈아픈 경험에도 불구하고 제2금융권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대출관행은 여전한  모습이다.

경기도에서 자영업을 하는 A씨의 경우 그동안 밀린 직원급여 등 가게 운영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지난해 9월경 시중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월수입도 변변치 않을뿐더러 신용도가  나빠 대출을 거절당했다.
 
A씨는  발길을 돌려 시중은행보다 대출문턱이 낮은 저축은행, 캐피탈회사  6곳(현대·롯데캐피탈, 솔로몬·HK저축은행 등)에서 한달이 채 안돼 2700여만원을 융통했다.

신용도가 낮다보니 대출금리는 38~40%가  적용됐다. 대부업체가 부과할  수 있는 최고금리 44%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벌이도 변변치 않은 A씨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연간 1000만원에 달한다.

A씨는 “정상적 가게 운영이 어려워 매월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대출원금 분할 상환은 고사하고 80만원 가량의 월이자 납부도 버겁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40%를 적용하는 것은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여러 개의  금융사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대출이 이뤄진다는 점에 있다.
 
기존 대출에 대한 연체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를 제어할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 정권에서 최근 무엇보다 치중하는 정책 중 하나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점에서 예외적 대출차단 장치 도입도 필요해 보인다.

A씨의 경우 최근 대출금 및 이자 연체가 이뤄지자 HK저축은행은 불법채권추심 행위인지 알면서도 그 사실을 가족에게 알렸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5월 발표한 ‘불법채권추심 대응 수칙’에  따르면 △가족에게 채무사실을 알리거나 대위변제를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며 △부모자식간이라도  채무를 대신 변제할 의무는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안 A씨 부모는 고금리  대출로 연체가 불 보듯  뻔해 대출금 절반 이상을  채무자 대신 상환해 줬다.

이처럼 대출자의 상환능력이 없어 가족들이 대위 변제를 해줬다면 추가 대출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본인동의 하에 가족 등 제3자에 의해  대출이 차단 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요구된다.

이는 곧 대출 당사자와 그 가족 그리고 금융기관의 부실화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js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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