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30여명 임원후보군 경쟁구도

적극적 투자로 인재관리 시스템 구축해야
 
<대한금융신문= 박하나 기자> 올해 금융권 기상도는 CEO리스크로 인해 계속 먹구름이 낄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지주에 이어 신한금융지주에도 CEO리스크가 노출됐다.

CEO리스크는 CEO 교체 또는 선임 과정에서 경영권 싸움이 벌어져 경영 불안정이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대부분의 결말은 CEO의 중징계와 사퇴, 법적 공방으로 확산돼 은행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조직내 분위기를 침체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CEO리스크 원인에 대해 ‘주인없는 회사’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기집권이 가능한 지배구조

4대 금융지주회사 중 우리금융을 제외한 KB, 신한,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이사회와 대주주의 힘만 얻으면 장기집권이 가능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주 출범부터 줄곧 회장자리를 맡아 왔다.

지난 3월 네번째 연임에 성공하면서 ‘최장수CEO’라는 명성을 얻었다.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도 강력한 리더십으로 10년째 하나금융 수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집권은 막강한 경영 오너십을 바탕으로 빠른 의사결정과 영업력을 선보일 수 있지만 경영진을 견제하는 이사회, 감사위원회 역할이 약해진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은 올해 초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사외이사 제도 개편에 나섰지만 CEO와 학연, 지연 등으로 엮이면서 독립성 확보는 실패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구축해야

전문가들은 본질적인 문제로 내·외부적인 감시장치보다는 공명정대한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내외부의 감시장치가 아무리 잘돼 있어도 CEO 하나가 잘못하면 모든 것을 망치게 된다”며 “CEO 후보군을 미리 발굴하고 최종 선발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GE의 경우 체계화된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현재 GE의 CEO 제프리 이멜트(Jeffrey Immelt)와 승계 이사회 임원들은 매년 20~25명의 CEO 후보군을 뽑는다.

영업팀부터 생산팀까지, 주니어 매니저부터 이사까지 다양한 후보군을 선별한다.

후보 선정기준은 직급이 아니라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 업무 장악력, 판단력, 신뢰도 등 경영자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다.

이들은 6~7년 동안 그들의 업무와 회사 발전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받는다.

그리고 CEO 승계기간이 다가오면 그동안 차출된 많은 인원 가운데 경쟁을 통과한 한명이 기업을 이어간다.

영국의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도 CEO 승계를 앞두고 적게는 3명, 많게는 10명의 후보자를 뽑는다.

◆외부인사가 경영실패 확률 높아

국내 은행권은 명확한 후계자가 없다 보니 CEO 교체시 외풍에 시달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내부 심사기준을 거쳐서 외부인사가 낙점됐지만 집권 초기 회사 내부의 반감기류로 인해 제대로된 리더십을 보여주는데 1년을 허비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내부 조직을 정립한 후에는 연임을 위한 단기실적 위주의 무리수를 둬 은행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2003년 유럽과 미국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외부 경영자들이 기업의 리더로서 실패할 확률은 내부 경영자보다 20%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CEO 덕목으로 기업 문화를 이해하고 회사 밖의 정보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을 꼽았다.
 
이같은 능력자를 보유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 아래 적절한 인재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han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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