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딧 … 독자 평가시스템 개발·도입

기보 … 상대적 위축, 통폐합론 솔솔
 
<대한금융신문=전선형 기자> 기술산업보증기금(이하 기보)의 독자적 기술인 ‘미래 성장가치 평가’ 영역이 조금씩 위태로워지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용보증기금(이하 코딧)이 기업의 미래 성장가치 평가를 시작하면서 먼저 동 평가시스템을 구축한 기보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실제 기보는 코딧과의 중복영업을 피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리스크가 적고 안정적인 신용보증 부분을 제외하고 오롯이 벤처기업들의 미래가치를 평가하며 코딧과 차별화를 뒀다.

게다가 2005년엔 두기관이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보증영역을 확실하게 구분 지었다.

당시 코딧은 일반 창업기업과 수출기업, 영세소기업 중심으로, 기보는 벤처와 이노비즈기업 등 기술혁신형 기업 지원기관으로 특화했다. 평가방식 또한 코딧은 기업의 회계자료 등 과거 신용도를 기반으로 평가하고 기보는 기업 기술력에 대한 미래성장 가치에 중점을 두고 평가해왔다.

그러나 바로 이 평가시스템 부분에서 코딧이 미래 성장가치 부분을 추가하며 기보의 독보적 영역을 침범했다는 것이다.

미래 성장가치 평가란 중소기업 재무상태와 매출액 등 기업의 외형가치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기술력을 기관내 자체 평가시스템을 이용해 잠재적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기업에 대한 보증이 이뤄진다.

올해초 코딧은 간담회를 통해 기업 미래를 보는 시스템 중심으로 보증심사 영역을 개편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09년에는 미래성장 가능성을, 2010년에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심사기준에 추가 시킨 바 있다.

코딧측은 “기존 보증심사 기준이 과거자료에 치중해있다 보니 잠재력이나 성장성이 큰 기업에 대해 지원을 못하거나 반대로 성장이 정체되거나 후퇴할 소지가 있는 기업이 과거 좋았던 재무상태나 매출액 때문에지원받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며 “지난해 4월부터 미래가치 측정모형을 개발, 도입해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딧의 이런 행보에 기보의 심사는 불편하기만하다.

자신들의 독자영역을 침범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코딧이 미래가치평가 영역을 확대할 경우 정부가 또다시 신·기보 통합론을 들고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

전문가들은 실제로 두 기관이 통합하게 되면 기보는 자신들만의 독자영역보다는 덩치 큰 코딧의 자투리 부서로 전락할 확률이 높아 기보 기능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예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보는 코딧과 분리시 뼈를 깎는 고통으로 구조조정 등을 통해 규모를 축소했으며 차별화를 위해 미래가치평가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왔다”며 “무조건적인 통합보단 두기관의 성격이 다시 비슷해지는 걸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 기보의 기능을 더 특화시키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ss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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