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진 대부분이 순수 국내혈통

국내만의 독특한 시장구조 영향
 
<대한금융신문=전선형 기자> 소위 ‘외국물 좀 먹었다’는 해외파들이 유독 카드사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업계 카드사 임원진들은 대부분 순수 국내파로 구성돼 보험과 증권 등의 금융회사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신입 채용시에도 카드사들은 해외학위보단 국내학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단행된 카드사 인사를 살펴보면 삼성카드는 승진 임원 8명 모두가 국내파였다. 대학은 물론 직장도 삼성그룹 국내 계열사로만 옮겨 다니는 등 해외 근무 경력은 거의 전무했다.
 
신한카드와 롯데카드, 하나SK카드 등도 전무급 이상 임원진 중 해외출신 인사는 단 한명도 없다.

반면 보험권의 경우 최고경영자와 고위임원진 등 주요 핵심인력이 주로 해외파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생명의 박근희 보험부문 사장, 대한생명의 차남규 대표이사 사장, 현대해상 박인수 전무 등은 모두 중국에서 적어도 2년, 많게는 6년간의 근무경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메리츠화재 원명수 부회장은 미국 할리스빌보험그룹 부사장과 PCA생명 전무를 역임했으며 라이나생명의 홍봉성 이사는 미국 메트라이프 본사의 해외대면채널담당 총괄 부사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대우증권 임기영 사장은 1982년 뱅커스트러스트은행(BTC)에 입행해 10년을 재직하면서 서울기업금융책임자 자리까지 올랐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박장호 사장도 BTC 출신이다.

이처럼 해외파들이 득실대는 금융가에서 카드사만이 국내파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카드시장 구조 때문에 해외 경력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특히 미국권 인재의 경우 1~2년을 버티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카드사업이 활황을 이루던 2000년대 초반 카드사들은 해외파들에게 수많은 러브콜을 보냈다. 모두 엄청난 스카우트 비용을 지불하며 그들을 영입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부분의 미국파 출신들이 오자마자 공통적으로 외치는 것이 리볼빙 사업 강화인데 대부분 100% 실패를 경험한다”며 “이는 미국은 카드결제 90%가 리볼빙으로 이뤄지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리볼빙은 낮고 할부·일시불 결제가 많이 이뤄지는 등 판이하게 다른 시장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우리나라 카드사가 해외보다 시장성이 높고 선진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큰 돈 들여가며 해외파를 영입할 필요가 없다”고 국내상황을 설명했다.

ss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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