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투자비중 늘고 신규벤처 투자율 하향

호황기를 맞은 벤처캐피탈사들이 신규 벤처기업 발굴에는 뒷전인 채 상장사 투자에만 매달리고 있다.

최근 정부, 공공기관의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벤처투자조합 결성 확대, 창업투자회사의 경영실적이 상승하는 등 벤처투자 시장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실제로 투자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과거 50억원 미만이던 평균 투자금액이 최근 100억원대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벤처캐피탈사들의 투자 행태가 상장사 위주로 치우쳐 신규 벤처기업을 위한 설립 목적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근 벤처캐피탈협회가 발간한 ‘2011년 벤처캐피탈 연감 안내(Yearbook & Directory)’에 따르면 벤처캐피탈사가 투자한 신규 벤처기업의 상장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신규 투자 기업공개(IPO) 수에서 벤처캐피탈사 투자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까지는 증가세를 이어왔으나 2009년부터는 하락세로 전환됐다.

신규 상장사에 대한 벤처캐피탈 투자비중은 2008년 71.1%, 2009년 50.9%, 2010년 51.3%로 하락하는 모습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 공공기관의 투자규모 상승, 펀딩이 활발해지면서 리스크를 떠안고 신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사들이 감소하고 있다”며 “설립 목적에 따라 금융기관에서 융자받기 어려운 벤처기업을 투자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벤처캐피탈업계는 편중된 투자행태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최근 덩치가 커진 벤처투자조합 만큼 벤처캐피탈사들이 투자해야할 금액도 증가했다.
 
벤처투자 열기에 힘입어 신규 벤처투자조합 결성 및 규모도 확대되면서 평균 1000억원 단위의 투자가 필요한 조합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사모투자전문회사(PEF)와 비교해 봐도 비등한 규모로 약 10개 이상의 기업이 속해있으며 기업당 투자금액도 100억원대에 달한다.

이는 일반 벤처기업들의 투자 당시 기업가치가 100억원 미만인 것에 비해 꽤 덩치가 있는 투자규모다.

한 벤처캐피탈사 관계자는 “만약 비상장기업에 100억원이 넘는 투자금액을 쏟을 경우 투자가 아닌 인수, 합병의 의미로 변한다”며 “따라서 조합단위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형 벤처캐피탈사들은 투자 벤처기업을 비상장사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대형 벤처캐피탈사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사 중에서도 상장 이후에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 사라지는 기업이 많아 상장사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며 “이런 상장사들에게도 벤처캐피탈이 투자·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amy@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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