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사라진 지자체 연계상품

발급과 동시에 휴면카드로 전락
 
<대한금융신문=전선형 기자>은행계 카드사들이 앞다퉈 내놓던 지자체 제휴 카드가 자취를 감췄다. 발급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져 카드사들의 비용만 야금야금 빼먹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역단체 및 시·군과 연계를 맺어 기금을 후원하는 지자체 제휴카드 발급이 10년전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02년 당시 물밀 듯 쏟아져 나온 뒤 현재 신규발급이 중단되거나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

그나마 최근까지 지자체 제휴 카드 발급을 하는 곳은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 BC카드 정도다.

KB국민카드의 경우는 2010년부터 내고장사랑카드라는 이름을 달고 시리즈로 출시하며 지금까지 약 30여만장을 발급했다. BC카드(NH농협, 우리카드 포함)는 카드 종류만 100여가지에 이르고 약 18만여장이 발급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 카드의 경우 대체적으로 시나 군과 제휴를 맺고 사용금액의 일정부분을 기부하거나 지역내 특수한 가맹점과 계약을 맺고 할인 및 적립을 해주는 구조”라며 “하지만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혜택을 너무 많이 담다보니 카드사가 손해를 보는 역마진이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A카드사의 경우 최근 발급을 시작한 지자체 카드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카드의 경우 사용금액의 0.2%를 해당 지자체에 기부하는 방식인데 생각만큼 발급이 잘 이뤄지지 않자 약 2000여장 정도를 공무원을 상대로 발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나마도 이용빈도가 한번 혹은 2번에 그쳐 발급비용을 포함한 카드 장당 손해율이 17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그는 “지자체 카드를 발급하더라도 이미 본인들이 쓰는 메인카드가 있기 때문에 결국 서브카드로 밖에 남지 않는다”며 “결국 발급하자마자 휴면카드로 전락해 버리는 꼴”이라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자체 카드 활성화율이 20~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예전에 카드사들이 너도나도 지자체 연계 카드 만들기에 나섰다”며 “하지만 얼마 못가 수익모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사업을 거의 접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소비자들은 애향심이나 동지애 보다는 자신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오는지에 더욱 신경을 쓰기 때문에 지자체 카드 사업을 전개한다는 것은 소비패턴 분석에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며 “아무리 지자체 활성화와 기부를 위한 목적이라도 카드사에게 지속적 손해가 된다면 사업을 접어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전했다.

ss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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