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알력다툼 속에 협력업체 평판 최하위

신사업 발주도 함흥차사 ‘느림보 은행’ 전락

▲ 우리은행은 IT아웃소싱을 관리·감독하는 IT컴플라이언스 부서를 신설, 상암데이터센터에 직원들을 상주시키기로 결정했지만 우리FIS의 반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은 우리FIS가 있는 상암데이터센터 전경.
<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우리은행과 우리FIS의 10년 묶은 알력다툼이 결국 은행평판과 전산시스템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우리FIS 관리하에 운영되고 있는 전산시스템에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IT아웃소싱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만든 ‘IT컴플라이언스 부서’의 상암센터 입주가 우리FIS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하게 되며 우리은행과 우리FIS의 내부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다.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 우리FIS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IT컴플라이언스부서를 신설하고, 우리FIS가 있는 상암데이터센터에 부서직원을 상주하기로 3사의 합의를 거쳤다. 

하지만 협의 막바지 단계에서 우리FIS 측이 23명 신설부서 인력의 상암데이터센터 상주를 반발함에 따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협력업체의 평판도 엎친데 덮친 격으로 뿔난 우리은행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최근 협력업체들이 가장 일하기 싫어하는 은행이 우리은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문제는 이 같은 평판이 업무강도가 높아서가 아닌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프로젝트 과정에서 의사결정 단계가 복잡해 사업을 진행하기 순조롭지 않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농협 전산사태 후 직접적으로 “우리금융은 잘못된 IT아웃소싱의 표본이며 금융권의 IT분사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언급했지만, 그 후 1년 동안 우리FIS는 우리금융 계열사의 모든 IT사업 발주 및 구매, 운영권한을 맡는 IT아웃소싱 정책을 계속 유지해왔다.

IT자회사를 가진 타 은행들은 대형 사업의 경우 대부분 은행에서 직접 사업을 발주해 프로젝트를 관리·감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모든 IT사업권한을 우리FIS에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은행과 직접 의사소통을 해야 할 경우 애로사항이 클 수 밖에 없다. 또 이슈 발생 시 우리은행과 우리FIS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데 따른 문제도 골치거리다.

차세대 IT기술에 대응하는 신사업을 전개하는 데도 경쟁력이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IT업체 관계자는 “우리금융 IT조직이 너무 방대해져 있다”며 “우리FIS가 우리은행뿐만 아니라 전 계열사의 IT를 모두 맡다보니 한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데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앞서가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IT신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고 IT시스템이 변화하지만 방대한 조직과 그 속의 불협화음으로 그 속도를 제 때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안을 발표하며 “그동안 서로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잘못된 IT아웃소싱 관행을 되돌려 놓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이들의 단호한 결정은 대형금융지주사만 교묘히 피해간 채 행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은행 직원들이 우리FIS로 대부분 이동했기 때문에 은행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 업무에 크게 무리가 없었다”며 “하지만 10여년이 지나면서 IT만 담당하는 우리FIS 직원과 은행업무만 담당하는 우리은행 직원 사이의 간극이 벌어질 대로 벌어져 업무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의 IT경쟁력이 위기를 맡고 있는 지금, 질긴 10년의 아웃소싱 정책에 변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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