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내 합병처리 순위에서 밀려나

법규상 2년내 합병해야 하지만 뒷짐만

<대한금융신문=조동현 기자> 하나캐피탈과 외환캐피탈이 그룹 내 합병 처리순위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다.

실제 하나금융그룹은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1년새 △외환은행 잔여지분 인수 추진 △은행 간 IT전산통합 △카드사 가맹점 공동 사용 등 계열사 간 합병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유독 캐피탈 회사만은 손을 놓고 있는 것.

당초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하나캐피탈과 외환은행 인수로 손자회사가 된 외환캐피탈의 합병을 손쉽게 전망했다.

이는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를 통해 손자회사로 둘 수 있는 업종으로 여신전문금융업종이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즉 하나금융지주는 법규상 2년 안에 외환캐피탈을 손자회사가 아닌 자회사로 흡수해야 한다.

외환캐피탈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합병 관련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만약 합병 작업이 진행돼도 장애 요인이 많아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요인은 바로 외환캐피탈의 경영악화와 2대 주주와의 관계다.

외환캐피탈은 산업설비, 의료기기 리스·할부 등 기업금융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업황 악화와 더불어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수익성이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상반기 외환캐피탈은 -3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총자산 순이익율도 같은 기간 -2.13%로 하락했다.

또 하나캐피탈과 외환캐피탈의 합병문제는 하나캐피탈의 2대 주주 코오롱그룹과의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코오롱 측에서 쉽게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하나캐피탈의 지분 구조는 하나금융지주가 50.13%로 경영권을 가지고 있지만 이웅열 코오롱 회장(6.47%)을 비롯해 코오롱그룹 계열사가 45.65%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하나금융지주에서 은행과 카드 합병 처리를 우선 순위로 정하면서 캐피탈 합병 문제는 뒤로 밀려나게 됐다”며 “하나캐피탈과 외환캐피탈이 합병할 경우 자산 규모 3조원이 넘는 대형 캐피탈 회사가 탄생하지만 하나금융지주가 너무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다 외환캐피탈이 영업적자를 만회하지 못할 경우 외환캐피탈이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상반기 기준 하나캐피탈의 자산은 2조6674억원, 외환캐피탈의 자산은 8545억원이다.

같은 기간 상위 5개 캐피탈 회사의 자산규모 순위는 현대캐피탈 21조9076억원, 아주캐피탈 5조6777억원, 롯데캐피탈 4조2996억원, 신한캐피탈 3조5830억원, 우리파이낸셜 3조3309억원 순이다.

하나캐피탈과 외환캐피탈이 합병될 경우 우리파이낸셜을 제치고 5위로 올라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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