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은 높지만 성공여부 불확실
경기부양보다 정치적 요소가 더 커

<대한금융신문=차진형 기자>2012년 11월 이후 엔저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주가가 급상승하는 등 일본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때문이다.

아베노믹스는 통화를 풀어 엔화 가치를 하락시키도록 유도해 수출을 늘리고 재정확대로 경기를 부양함으로써 일본경제를 디플레이션에서 탈출시키는 것이 골자다. 이에 아베노믹스가 일본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지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엔저 유도,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

지금까지의 엔저 흐름은 ‘무제한 통화공급’ 선언에 이은 20조엔의 양적 완화, 10조엔의 경기부양책, 2% 물가목표 설정 등 아베 정권의 정책 효과에 기인한다.

새로 가동될 구로다 중앙은행총재 체제 하에서 4월 이후 통화 확대 조치가 취해지면 추가적인 엔저 흐름이 생겨날 수 있다.

다만 정책효과 선반영분과 실제 시장 통화량 간의 괴리 해소 등을 고려할 때 엔저 흐름은 소폭에 그칠 전망이다.

따라서 올해 엔/달러 환율은 90엔대 중반을 전후로 등락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중기적으로는 일본 통화정책뿐 아니라 유럽 재정위기, 미국경제 흐름, 유럽 통화정책 등에 의해 엔저 흐름이 좌우될 전망이다.

이미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은 2013년 말 기준 엔/달러 환율을 94엔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일본 금융기관의 2013년 평균 엔/달러 환율을 91~95엔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기불황 탈출의 성공여부는

엔저에 힘입어 수출이 늘어나고 주가 상승으로 소비 증가 가능성이 고조되는 등 아베노믹스가 일본경제 흐름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수출 확대가 고용 확대 및 소득 확대로 파급돼 총수요 증가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수출 확대, 기업수익 확대, 고용확대, 임금 상승 순으로 구조가 실현되기까지 약 6개월에서 3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때문에 수출이 늘어나도 개인소비 증가는 상대적으로 저조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또한 엔저로 수입물가나 생산자물가가 상승하더라도 GDP 갭(실제수요-잠재수요)이 커 즉각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전가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밖에도 과거 일본의 사례를 볼 때 공공투자 중심의 재정정책 효과는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아베노믹스가 지속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경기부진 속에 물가만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발목 잡는 국가 재정건전성

경기가 호전되더라도 소비세율 인상 시 예상되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또다시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 따라서 경기부양과 재정건전화를 동시에 달성하기는 어렵다.

또한 통화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으로 금리 상승을 유발하는데 이렇게 되면 국채가격 하락으로 일본 금융기관의 부실이 확대돼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기 어렵게 된다.

그리고 금리 상승은 국채이자 부담을 증가시켜 정부 재정수지 적자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재정문제는 아베노믹스 시행의 최대 걸림돌이라 할 수 있다.

◆경기부양은 개헌 위한 도구

일본이 다소 무리한 정책을 강행하는 이유는 정치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전 민주당의 실각 이유는 경제변수였다.

소비세인상을 주장하면서 반발에 직면했고 의회해산이라는 강수를 두면서 재정 건전화를 위한 소비세 인상을 관철시켰다.

이후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실각했고 개헌과 재정확장을 통한 경기부양을 내건 자민당이 집권에 성공했다.

아베정부에게 부양 정책을 통한 경기회복은 선거 승리를 위한 수단의 성격이 더 강하다.

그간 아베 신조 총리의 정치적 성향에 미루어 볼 때 자민당의 궁극적 목표는 개헌에 있다. 이미 중의원에서는 개헌파 정당들이 80% 이상 의석을 확보했다.

여당을 형성하고 있는 자민, 공명 양당만으로도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 67.7% 의석이다.

문제는 참의원이다. 현재 개헌파 정당의 참의원 의석 비율은 48.3%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파들이 개헌의석 확보를 위해서는 94석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임기가 만료되는 참의원 의석은 총 122석이기 때문에 77%의 높은 지지율이 필요하다.

122석 중에서 48명은 비례대표 의석으로 비례대표 비율이 높아서 중의원 선거보다는 좀 더 높은 지지율이 필요하다.

이런 높은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강한 수단이 필요한데 그것이 아베노믹스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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