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 조작 이후 문제점 제기돼

금리체계 전면 개편 방안 나와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싱가포르 금융당국이 은행 간 기준금리인 시보(SIBOR) 폐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통화청, 글로벌 은행, 펀드 등이 참여한 싱가포르외환시장위원회(SFEMC)가 시보 폐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IBOR는 싱가포르 국제금융시장에서 은행 간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로 원칙적으로 법적 규제가 없고 은행 간 자금수습 상황, 유로달러시장과 외환시장 동향 등을 반영해 유동적으로 움직인다.

시보는 리보(LIBOR)처럼 싱가포르 역내 12개 은행들이 제출하는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은행 간 거래뿐 아니라 기업 대출 및 모기지 등 전 부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싱가포르 금융당국이 시보의 폐지를 고민하는 큰 이유는 시보가 은행들의 조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리보의 경우 미국과 영국 은행들의 대대적인 담합을 통해 부당 이득을 챙기는 등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실제 미국 및 영국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리보를 결정하는 역내 20개 은행 중 대부분이 리보 조작 혐의에 가담한 ‘리보 조작 스캔들’이 발생해 실태 파악에 나선 바 있다.

이처럼 리보와 같은 방식으로 산정되는 시보가 은행들의 조작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싱가포르당국은 이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싱가포르 금융당국뿐 아니라 역내 은행들마저 부정적인 여론으로 인해 시장에서 신뢰를 잃을 것을 우려해 시보 산정에 참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등 시보 폐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보 폐지에 따른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시보가 폐지될 경우 은행들이 대출에 적용할 금리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에 은행 간 혼선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에 시보 대신 리보를 사용하자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지난해 7월 CD금리 담합 의혹이 발생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증권사와 은행 간의 담합 여부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섰다.

더불어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을 중심으로 단기지표금리 개선을 위한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담합 의혹 후 지표금리로 대표성이 저하된 CD금리 대신 코픽스(COFIX), 통안채, 은행채, 코리보(KORIBOR) 등 대체 단기지표금리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에 한국금융연구원은 코리보를 개선하고 활용도를 높여 CD금리를 완전히 대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주요 가격변수인 단기금리가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강구하고 시장의 자율성을 유지하되 금리담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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