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국가 부실 뇌관으로 지목

이재상품 투자 제한·공시 강화해

<대한금융신문=전선형 기자> 중국 경제에 또다시 위험 경고등이 켜졌다. 이른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으로 불리는 비은행권 금융이 크게 늘어나면서 국가 부실 뇌관으로까지 지목된 것.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그림자 금융 규모가 20조위안(약 3622조원)으로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0% 가까이 차지한다고 추산했다. 연간 성장률은 25%로 일반 대출 증가율 14%를 크게 넘어섰다.

특히 중국의 그림자 금융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은행 공식 대출 외 다양한 방식의 편법 대출이 많다는 점이다.

이에 최근 중국 정부는 그림자 금융에 대한 규제에 들어갔다. 또한 이재상품 투자범위를 제한하는 한편 공시를 강화하는 등 고삐를 조였다.

◆규모 추산 불가·사회문제까지 영향
그림자 금융이란 은행과 유사한 자금중개 기능을 하지만 정부 규제가 닿지 않는 비은행권 금융과 금융상품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림자’란 말은 투자 상품의 구조가 복잡해 손익이 투명하게 잘 드러나지 않고 주로 대형 은행이나 보험회사의 그늘에 가려 있다 해서 붙여졌다.

주로 증권사, 여신전문금융회사, 자산유동화증권, 헤지펀드 같이 고수익을 목표로 하는 금융사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림자 금융은 위험도가 매우 높은 투자를 운용하기 때문에 향후 금융 전체 시스템에 큰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Fitch)에 따르면 2012년 3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중국의 신용대출 중 은행 대출 비중이 55%에 불과하다. 이는 2009년 76%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치다. 즉 줄어든 은행 대출을 그림자 금융이 채웠다는 의미다.

피치는 “은행 대출 이외의 다른 방식의 신용대출은 금융안정성을 위협하는 근원”이라며 중국 내 그림자 금융 위험을 경고했다.

또한 최근 중국 광파증권은 중국 내 그림자 금융의 규모가 최대 31조5000억~32조5000억위안(5375~5546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다른 투자기관도 중국 내 그림자 금융의 규모를 최소 20조위안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모도 정확하진 않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 내 그림자 금융 규모가 20조위안보다 더 클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실제 UBS 이코노미스트 왕타오는 “중국의 그림자 금융은 국내총생산(GDP)의 25%인 13조6000억~24조4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중국의 그림자 금융 증가가 우려가 되는 것은 사회적 문제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데 있다.

중국의 수출 허브인 윈저우 내에는 90%에 가계가 현재 그림자 금융 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빚을 갚지 못해 지난 2011년 8월 이후 100명 이상은 야반도주하거나 자살,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800곳 이상의 대출 중개사들이 파산했다.

지난해 5월 신화통신은 윈저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 그림자 금융은 무서운 속도로 중국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림자 금융에 칼 빼들다
최근 과도한 이재상품 판매 등 부외활동 증가로 인해 그림자 금융이 확대되자 중국 당국이 이재상품(Wealth Management Product) 투자 범위를 제한하는 ‘상업은행 이재업무 투자 운용에 관한 통지’를 마련했다.

이재상품은 은행이 신탁회사를 통해 매각한 대출채권을 유동화 시킨 후 재판매하는 상품으로 2012년 말 잔액이 전년대비 약 54% 증가한 7조1000위안을 기록했다.

이재상품은 상한금리 규제에 묶여있는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아 고객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관리감독 및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상품 중 약 50%는 저리스크 자산(국고채, 회사채 등)에 투자되고 있으나 일부는 부동산개발 등의 고위험 부문에 투자되고 있다.

이에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27일 이재상품의 투자 범위를 제한하고 투자 대상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는 상업은행 이재업무 투자 운용에 관한 통지를 발표한다.

통지문에 따르면 은행들은 이재상품 별로 해당되는 투자 자산을 매칭시키고 투자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이미 팔린 이재상품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규정조건을 충족시키고 이재상품에 대한 회계를 독립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물론 비표준화채권자산에 대한 투자 금액을 은행이 발행한 이재상품 잔액의 35%로 제한했다.

이번 발표된 조치는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은행, 특히 중소형 은행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중국 정부의 금리자유화 추진으로 예대마진이 축소되자 시장점유율이 낮은 중소형 은행들이 이재상품 등의 판매를 통한 수수료 수입확대에 가장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2012년 초상은행(자산 6위)의 이재상품 판매액은 3조(누적)위안으로 전년대비 48% 증가했으며 민생은행(8위)은 신규판매 한 이재상품이 1조 위안을 초과한 바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중국 정부의 이재상품 규제 강화로 그림자 금융의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단속의 실질적인 효과 등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번 규제는 이재상품 판매를 억제하기 보다는 투명성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며 “중국 예금자들이 원금 보호와 보장을 혼동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낮은 예금금리, 부동산 규제 등으로 인해 이재상품 이외의 적절한 투자처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또한 중국의 대출 경로가 단순해 그림자금융에 대한 단속은 기업들의 자금 경색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급격한 규제강화가 어렵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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