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환시장 미국 달러에의 의존도 높아

지난 99년 1월 유로지역 은행 및 증권가에 도입된 유로화가 오는 2002년부터는 실질적으로 유럽 12개국에 통용되는 화폐로 자리잡게 된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통화수단의 일원화가 유로지역의 성장을 촉진시킬 것이며 한국도 이에 대한 대비를 통해 국내 경제 역시 한층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으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9일, ‘유로화 출범과 우리 기업의 대응방안’이라는 주제하에 개최된 세미나에서 한스­베른하르트 메어포트 외환은행 부행장은 “지금이 바로 한국 은행과 유로가 느리면서도 지속적인 사랑을 키워가야 할 시점”이라고 발표했다.

한스 부행장이 파악하고 있는 국내 외환시장의 현주소는 다음과 같다.

지난 3년간 일일 평균 외환거래량은 45%나 신장해 100억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달러 80%, 엔화 8.8%, 유로 1.4%(유로지역 통화 4%)라는 지난 99년부터 2000년에 걸쳐 사용된 무역결제화폐 비율이 나타내듯 우리나라의 외환거래는 대부분 미국 달러화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여전히 강력한 외국환 통제가 유지되고 있으며 취약한 은행간의 외국환 거래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촉진책도 별로 없다.

한국에서 유럽여행을 떠나는 관광객들은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여행자수표는 80% 이상이 미국 달러화로 판매되고 있다.

99년 이래 유로화 연동채를 발행한 국내 기업 및 금융기관은 없었으며 다행히 신한, 주택은행이 각각 5천만유로, 3천만유로를 차입한 사례가 있으나 이 경우도 대규모 패키지 가운데 일부 포함된 것에 불과했다.

반면 유로시장은 지금까지의 준비단계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비축해 두고 있다고 전했다.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 유로/한국 원화의 외환 파생상품 거래를 위한 환경을 조성했으며 유로화 동전 및 어음이 도입된 후에는 관광객에게 유로화의 교환 가능성에 대한 확신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한스 부행장은 한국이 외환보유액 100억달러 중 약 5%만을 유로 연동 자산에 투자하고 있을 것이라 추정하며 이는 현재로서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향후 유로화로의 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9∼10%까지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미국 달러화라는 거대 적수를 따돌리진 못할지라도 EU지역의 성장 잠재력, 유로화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점차 입지를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끝으로 향후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중국을 언급하며 세계는 미국 달러와의 열정적인 연애 외에도 과정은 길지만 오랫동안 관계가 유지되는 또 다른 연애관계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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