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인도, 환율 급상승

▲경상수지(구성 항목별) 추이

글로벌 금융위기 촉발 우려

<대한금융신문=전선형 기자> 최근 신흥국을 바라보는 국제 금융시장의 시선이 불안하다. 한때는 금융시장의 샛별로 불리던 그들이 신용등급 하락, 환율의 급상승 등 고초를 겪으면서 투자 매력 또한 떨어지고 있는 상황. 국제 사회는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행여 글로벌 위기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까지 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신용등급전망 하향
최근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말레이시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말레이시아가 총선 이후 예산 개혁과 재정 여건 개선 전망이 악화돼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향후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감소할 경우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말레이시아의 경상수지는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축소됐다.

무역수지 흑자 축소와 서비스 및 소득 수지 적자 등으로 말레이시아의 2분기 경상수지 흑자는 26억링깃(GDP 4.6%)을 기록하며 올해 들어 가파르게 감소(2012년 4분기 229억링깃, 2013년 1분기 87억링깃)했다.

또한 수출 및 투자 감소로 말레이시아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 4분기 6.5%에서 2013년 1분기 4.1%, 2분기 4.3%로 전년대비 다소 둔화됐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 악화와 부채 급증도 말레이시아 금융 불안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정부 지출의 약 20%를 보조금으로 지출(2012년 440억링깃)하고 있어 매년 GDP 대비 5% 내외의 재정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 부채도 최근 수년간 급증(정부부채/GDP: 2008년 37.2%→2012년 51.5%)하는 등 정부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며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정책운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2000년대 들어 지속된 저금리 기조와 은행권의 가계대출 비중 확대(2000년 34%→2011년 55%)로 가계부채는 2012년 GDP 대비 80.5% 수준으로 상승하며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임계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앞으로 말레이시아가 이같은 경제상황이 지속될 경우 대출상환 연체 등으로 인해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신흥국 불안 중심 ‘인도·브라질’
최근 신흥국들의 금융시장이 대체로 불안한 가운데 인도 금융시장 악화는 브라질과 함께 여타 신흥국들에 비해 두드러지고 있다.

연초대비 달러당 환율(8월 22일 기준)은 브라질 19%, 인도 18.2%, 인도네시아 11% 순으로 크게 상승했고 연초대비 주가지수(8월 21일 기준)도 브라질 17.8%, 러시아 7.6%, 인도 6.5% 등의 순서로 크게 하락했다.

특히 인도의 경우 최근 브라질보다 금융불안이 심해지면서 신흥국 중 불안 근원지로 꼽히고 있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인도의 금융불안 원인이 과거에 대규모로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이 미국의 금융정책 변화 우려 속에 경제의 펀더멘탈이 취약한 인도에서 유출되는데 기인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로 유입된 외국인들의 증권투자자금 등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이탈할 것이란 우려감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9부터 2012년 외국인증권투자자금 순유입액 누계를 보면 인도가 주요 신흥국들 가운데 브라질 다음으로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외국인 자금의 유입 규모와 유출 규모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도 경제의 상대적인 취약성이 외국인 자금의 유출을 유발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게다가 인도의 경제성장률도 둔화를 보이고 있다.

2010년 이후의 물가상승 압력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인상에 따른 내수 위축이 성장 둔화의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인도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경기부양책으로 정책금리를 5개월 동안 2.75%나 인하했다. 올해 들어서는 세 차례 금리인하를 실시했다.

현재 금융 전문가들은 인도의 금융불안에 대한 견해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으나 향후 신용평가사들의 등급조정 여부가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 잠재력이 큰 인도가 성장세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급부분의 확대를 위한 구조개혁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손영환 연구원은 “인도는 최근 경제 둔화 및 금융 불안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인구증가 및 소득증대를 배경으로 한 소비시장과 풍부한 노동력 및 저임금을 배경으로 한 생산기지로서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하지만 인도의 구제금융 요청 및 아시아 금융위기로의 확산 가능성 등에 대해 각계의 견해가 다양한 가운데 향후 신용평가사들의 등급조정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요 신용평가사들의 인도에 대한 국가신용등급이 현재 투자적격범위의 최하위에 있기 때문에 여기서 하향 조정될 경우 투기적 등급으로 강등돼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더욱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특히 S&P는 12개월 내에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3분의 1 이상임을 의미하는 부정적 전망을 올해 5월에 재확인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