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UOB, 자카르타에 금융자문회사 설립

달러표시 채권 반등세·투자적기 주장 고개

<대한금융신문=전선형 기자> 금융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한때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매력적인 투자국이었지만 지난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국채매입 축소를 시사하면서부터 증시는 물론 채권가격 등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증시는 급락세를 거듭했고 루피아화는 달러화대비 가치절하를 이어갔다. 게다가 물가상승률은 4년래 최고 수준을 나타냈고 흑자를 기록했던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서 버렸다.

하지만 최근 인도네시아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조심스레 포착되고 있다. 싱가포르 3대 은행 중 하나인 UOB가 자문회사를 설립하는 한편 유명 투자 전문가들의 투자자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이유다.

◆기업금융 시장 증가 추세
최근 자산규모 기준 싱가포르 3대 은행 중 하나인 UOB(United Overseas Bank)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새로운 FDI Advisory Unit(자문회사)을 신설했다.

Advisory Unit은 다양한 기업 및 개인 뱅킹 관련 원스톱 서비스와 함께 법률, 회계감사, 사업자문 및 주요 정부 관계기관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말한다.

UOB가 새롭게 설립하는 자카르타 Advisory Unit에서는 모든 업무가 중국어로 이뤄지고 직원들은 중국 기업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중국의 보편적인 메신저인 WeChat(위챗)을 활용할 예정이다.

UOB의 이번 인도네시아 진출은 기업 대출을 향후 3년간 2배로 증가시키려는 계획의 일환 중 하나며 금융불안을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장기적 투자 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UOB는 인도네시아 이외의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태국(방콕), 중국(상하이) 지역에 이미 Advisory Unit을 설립한 바 있다. 또한 앞으로 동남아 지역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이미 9월 말 홍콩과 호치민 지역에 Advisory Unit이 설립될 예정이며 올해 말에는 미얀마 수도인 양곤 지역에도 추가적으로 Advisory Unit을 설립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UOB가 금융불안을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동남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이유가 중국 기업이 동남아 시장 진출을 확대하면서 기업금융 시장 잠재성을 먼저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중국계 기업들은 자국 내수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자 높은 시장잠재력과 구매력을 지닌 동남아 지역에 직접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는 중국의 국영기업들이 동남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민영 기업들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및 미얀마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

UOB는 바로 이들을 동남아 시장의 최대 고객으로 보고 장기 투자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동남아 지역 중국계 기업에 대한 UOB의 대출 규모가 23% 증가했고 총 역외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로 높게 나타난 바 있다.

◆‘최저점 찍었다’ 투자의견 등장
현재 인도네시아는 금융위기에 직면해있다. 실물경제 지표들은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대부분 부정적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인도네시아가 현재 저점을 찍었고 지금이 투자적기라고 판단하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HSBC의 헤랄드 반 데 린드 아태지역 수석투자전략가는 9월 들어 인도네시아 주가가 전 달 하락분을 만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인도네시아를 재방문할 좋은 근거”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최근 금리인상은 통화 약세 방어를 위한 적절한 조치로 판단되며 가계 및 기업들의 부채 규모도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해 현재가 투자를 시작할 시점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실제로 HSBC의 집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가 발행한 달러 표시 채권 가격은 지난 5월과 8월 사이 약 20% 급락했지만 9월 들어서는 2.6% 반등하기도 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무역수지 적자 축소 등을 위해 규제완화를 검토하는 등 금융위기설을 불식시키기 위한 자구 노력을 펼치고 있다.

지난 10일 M.S. 히다얏 인도네시아 산업장관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 수출기업이 함께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출 촉진을 위해 일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는 규제에 관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인도네시아의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 1분기 58억달러(GDP의 2.6%)에서 2분기 98억달러(GDP의 4.4%)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7월 무역수지는 23억1000만달러로 월간 적자 규모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6월 무역수지 적자는 8억4700만달러였다.

결론적으로 보면 인도네시아의 금융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늘 선진국의 금리정책 변화가 있을 때마나 신흥국들의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것도 사실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작은 긍정 신호들이 금융불안을 완전히 불식시키기는 어렵지만 당장 위기를 맞을 정도로 곪아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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