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축소 지속 결정

유로존·신흥국 부진 전망

<대한금융신문=전선형 기자> 2014년 국제 금융경제를 이끌어갈 것으로 지목된 미국. 최근 이들이 양적완화 축소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결정짓자 전 세계가 긴장모드에 들어갔다. 발표가 있자마자 즉각적으로 신흥국의 국채금리 하락세가 나타났고 유로존의 더딘 성장, 중국 경기 둔화 등이 점쳐지고 있다.

◆세계수요 감소 및 경기둔화 예고
지난해 12월 연준(FRB)은 미국 경제가 생명유지장치(Life Support macine)를 떼어내도 될 정도로 강해졌다는 판단 하에 2014년 1월부터 자산매입프로그램 축소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세계 국가들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양적완화 축소로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둔화되면 세계수요 감소에 따른 세계경기 둔화마저 발생할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신흥국들의 긴장감이 커졌다. 양적완화 축소가 지속될 경우 신흥국들의 자본유출압력 증대 등 자본유출입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존재해 금융시장에 불안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실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커지자 신흥국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인도네시아 통화 루피화는 지난 7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달러 대비 가치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의 10년 만기 국채도 이자율이 5.95%로 올랐다. 터키의 리라화도 달러 대비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21개 신흥국 주가지수를 종합한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도 새해 들어 첫 4거래일 동안 3.1% 하락했다.

지난 12월 한달 동안 동남아 국가의 통화는 달러 대비 2.5~4% 정도 떨어졌다. 인도네시아 루피화는 지난 한해 약 20%나 급락했다. 타이·필리핀·인도네시아 주가는 지난해 최고점인 5월에 비해 현재 약 20%씩 감소했다.

주가도 하락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발표 후 고용지표 발표를 앞둔 경계감, 경기회복 기대 등 혼조로 선진국은 소폭 상승(+0.2%)한 반면 신흥국은 -1.2%로 내려앉았다.

게다가 신흥국들의 정치적 불안이 겹쳐지면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실제 브라질과 인도 등은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정부가 경제개혁을 미루고 있는데다 태국과 우크라이나에서 확산되는 반정부시위는 투자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한 터키 등 여타 신흥국에서도 정부의 부패 및 탄압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당분간 경제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美 결정에 유로존도 경고등
미국은 2014년 글로벌 경기회복세를 선도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는 국가다. 현재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고 그동안 기업투자와 개인소비 심리를 위축시켰던 연방 정부의 2차 셧다운(업무 일시정지)과 양적완화 축소에 대해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2014년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이고 있다.

또한 노동시장 개선과 더불어 가계소비와 기업의 설비투자가 증가하면서 미국의 2013년 3분기 GDP성장률(전년동기대비)은 4.1%로 2011년 4분기(4.9%)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미국의 지난해 3분기 개인소비지출은 2% 증가했고 다우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투자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의회의 2014~2015회계연도 예산안 합의 등으로 미국의 재정 관련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된 점을 반영해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s Lagarde)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014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2.6%보다 상향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유로존의 경우 지난해 2분기 이후 플러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높은 실업률, 은행권의 신용공급 능력 약화, 재정부담 등 구조적인 취약요인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2014년에도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중 유로존 실업률은 12.1%로 매우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도 유럽중앙은행(ECB) 목표인 2%를 하회하면서 ECB가 최후수단으로 양적완화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독일같이 회복세에 들어선 국가도 있지만 이탈리아, 개혁이 아직 더뎌 유로존 전체에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은 유로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ECB(유럽중앙은행)는 반기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연준이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나리오를 언급한) 지난 5월 이후 유로존의 금융 시스템이 외부 위험으로부터 노출돼 왔다”면서 “유로존의 기관 투자가들은 역내 은행들보다 채권 시장 위험에 더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ECB는 아울러 “최근의 시장 불안은 정책당국자들이 은행과 보험회사, 연기금들에게 수익률의 정상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또한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S&P)’는 “만일 연준의 통화 정책 변경으로 터키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이 큰 타격을 받는다면 이는 다시 유로존에도 큰 충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P의 유럽 담당 책임자인 쟝-미셀 식스는 “유로존에 대한 외부적 충격, 즉 신흥시장 성장이 예상보다 일찍 꺾일 경우 유로존은 또 한차례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Fed, ECB, BOE(영란은행), BOJ(일본은행)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지난 한해 동안 약 1조6000억달러의 유동성을 공급, 지난 2009년의 1조7000억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와 더불어 이 규모가 연간 1조달러 이하로 줄어 시장에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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