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투자로 저실적 직면

호황에도 주가 12% 하락해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국내 은행들의 롤 모델로 손꼽히던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이 리스크관리에 실패하며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지난 2009년 800억유로의 순이익을 냈던 산탄데르는 2012년 400억유로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냈다.

지난해 실적은 2012년에 비해 다소 상승할 전망이지만 여전히 400억유로를 돌파하기는 힘들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지난 3년간 스페인 주식시장이 호황기를 누릴 때도 산탄데르의 주가는 오히려 12% 하락했다. 애널리스트의 절반 이상이 산탄데르의 주식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왔다.

◆산탄데르 회장의 위험한 투자
“향후 2년간 이익이 50% 증가할 것이다”

지난 2012년 초 산탄데르 에밀리오 보틴(Emilio Botin) 회장이 이렇게 호언장담한지 딱 2년이 지났다.

하지만 올해도 산탄데르의 실적은 크게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국의 재정 위기로 타 은행에 비해 이자율이 높아졌으며 예대율(은행 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 비율)도 108%에 달해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157년의 역사를 가진 산탄데르가 이처럼 실적 악화 위기에 봉착한 이유로는 보틴 회장의 투자 성향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에밀리오 보틴 회장은 위험한 투자처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스페인 에사데 경영대학원 로버트 토나벨 교수는 보틴 회장에 대해 ‘위험을 좋아하는 인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도 보틴 회장의 성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인적 자원 운용 실패, 수익 실적 악화 등을 지적한 바 있다.

실제 보틴 회장은 위기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위험한 투자를 확장해 왔다.

지난 2011년 말 JAC와 합작해 중국의 자동차금융 회사에 투자했고 지난해 5월에는 베이징은행의 소비자금융 자회사 지분 20%를 인수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상하이은행의 지분 8%를 6억5000달러에 인수했다.

문제는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과도한 레버리지, 자금경색 등이 우려되고 있음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페인 2위 은행인 BBVA는 최근 중국 CITIC 은행의 지분을 매각했고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지난해 ICBC의 지분을 매각하며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는 상황인데 말이다.

◆브라질 경제 위기로 수익 감소 불가피
이웃나라 브라질의 경제성장률도 산탄데르의 실적 악화에 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산탄데르의 지역별 순이익 비중은 브라질이 26%로 가장 높지만 올해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이 타 신흥국들에 비해 낮은 2.4%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이 내년에도 2.7%에 머물러 3%선 회복은 2016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6년에는 브라질 경제성장률이 3.7%를 기록할 것으로 세계은행은 전망했다.

경험이 적은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한 것도 화근이었다.

오랜 기간 보틴 회장과 함께 산탄데르의 경영 전략을 추진해온 알프레도 사엔스(Alfredo Saenz)가 지난해 4월 CEO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하비에르 마린(Javier Marin) 이사가 그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경험이 적은 CEO의 등장으로 은행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결국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한 금융전문가는 “위험이 큰 투자은행 대신 소매금융에 집중하고 언어 및 문화적 동질성이 큰 지역을 집중 공략하는 등의 산탄데르 모델은 은행 성장 전략으로서 바람직하다”며 “다만 스페인 금융위기 등 은행 외적 요소와 함께 위기 상황에서도 속도를 조절하지 않고 확장 전략을 지속하는 등 경영진의 위험 선호 성향에 따른 리스크 부담 확대 등이 문제가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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