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 및 브릭스 5개국 중심으로 출범

의욕 앞선 중국 vs 독주 막으려는 다른 회원국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새로운 글로벌 다자개발은행(MDB) 체제 설립을 앞두고 중국 및 다른 회원국들의 주도권 경쟁이 시작됐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아시아 지역 중심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5개국이 참여하는 ‘신개발은행(NDB)’ 출범을 적극 추진 중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어느 나라가 AIIB와 NDB의 주도권을 잡을 것인가다.

우선 AIIB는 중국이 처음 설립을 제안한 만큼 이미 중국이 주도권을 잡은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초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자카르타 유도요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아시아 지역 인프라 투자 활성화를 위한 AIIB 설립을 처음 제안했다.

이는 미국·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내년까지 AIIB를 설립을 완료하고자 아시아·중동 22개국과 협의를 진행했으며 이 중 10개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설립에 필요한 총 자본금 1000억달러는 중국이 절반을 부담하고 다른 회원국들이 각국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에 따라 내는 방식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에 대해 5~7% 정도의 부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배구조다.

중국이 총 자본금의 50%를 납입하는 만큼 출자 지분에 따라 투표권을 부여하면 중국의 독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

게다가 중국은 지분이 많은 나라들이 일방적인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임이사회 대신 총회, 집행부, 비상임이사회 형태로 지배구조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투자 관련 의사 결정은 최대 주주인 중국 정부가 지명한 집행부에 맡기자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AIIB가 중국의 뜻에 따라 투자 결정을 하더라도 이를 견제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일본의 불참이 거의 확실 시 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AIIB에 참여한다면 제2대 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바꿔 말하면 출자액은 두 번째로 많이 부담하지만 실제 권한은 전혀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AIIB에 비해 NDB는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오는 2016년 출범 예정인 NDB는 브릭스의 5개 회원국이 똑같이 100억달러씩 초기 자본금으로 출자키로 합의했다.

즉 지분 비율이 같아 어느 한 나라가 독점적인 권한을 행사하기가 불가능하다.

또한 NDB의 총재는 인도, 이사회 의장은 브라질이 맡고 본부는 중국 상하이에 두기로 하는 등 역할을 분담해 권력이나 정보가 어느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았다.

지배 구조 역시 AIIB와는 다르다.

향후 다른 국가들의 참여로 자본금이 늘어나더라도 5개국의 지분 비율이 총 자본금의 55% 이상을 유지하도록 자동 증액된다는 단서 조항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역외 다른 국가가 아무리 많은 금액을 출자하더라도 45%의 지분밖에 가질 수 없도록 함으로써 NDB가 브릭스 주도의 개발은행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NDB 내 의사결정의 무게중심은 중국으로 기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브릭스 회원국들 간 무역 및 금융 의존도에서 중국이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NDB와 별도로 긴급 사태에 대비해 조성키로 결정한 1000억달러 규모의 ‘위기대응기금(CRA)’ 중 410억달러를 중국이 출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김형주 연구위원은 “지난 7월 초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 당시 우리나라가 AIIB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희망한다는 중국과 이를 우려하는 미국 사이에서 묘한 긴장 관계가 만들어졌던 것처럼 한국의 AIIB 참여는 어려운 결정일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AIIB를 비롯해 새로운 국제금융질서에서 기대되는 이익이 큰만큼 참여 자체는 긍정적으로 검토하되 AIIB 내 상임이사회 설치 등 한·중 양국과 아시아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대안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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