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대출 강화

감독당국 검사 방식 변화에 기인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일본 대형은행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한 새로운 탈출구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선택했다.

지난 4월 일본은행(BOJ)은 금융시스템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은행들의 약 90%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대상의 대출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은행들은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도 획일적인 대출심사 관행에서 벗어나 선별적인 대출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의 3대 대형은행 중 하나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지난 2001년 창업한 콘텍트렌즈 제조회사 유니버설뷰에 대해 직원고용과 기술안내서 작성을 위한 자금으로 약 50만달러를 대출해줬다.

당시 유니버설뷰는 수면 중 착용 시 시력이 개선되는 콘텍트렌즈를 개발하고 있었지만 적자 상태였고 담보나 출시상품도 없었다.

하지만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거액의 대출을 승인했고 그로부터 4개월 뒤 유니버설뷰는 특정 투자자로부터 300만달러의 설비자금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유니버설뷰는 올해 9월 말 결산에서 경영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니버설뷰는 오는 2016년에는 신규 주식상장(IPO)까지 달성할 계획이다.

이같은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유니버설뷰에 대한 거액대출 사례는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대출수요 발굴이 이뤄질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최대은행으로 손꼽히는 미쓰비시도쿄UFJ은행도 지점과 본점이 대출심사 체계와 ‘건강한 기업’ 발굴 체계를 공동으로 구축하며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이후 찾아볼 수 없었던 높은 신용위험 기업 대상의 공격적인 대출성향이 다시금 일본 은행업계에서 되살아나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일본 감독당국이 은행업계에 신용창출을 적극 권장하는 등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금융감독청은 은행검사 방식을 ‘부실채권처리 모드’에서 ‘성장분야 대출촉진 모드’로 전환했다.

현재 일본 은행들은 대출기업을 정상, 요주의, 요관리, 파산우려, 실질파산·파산 등 5개 기업군으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는데 금융청이 ‘요주의’ 기업군을 ‘요관리’나 ‘파산우려’ 기업군으로 지정할 경우 대출심사의 느슨함을 이유로 은행에 추가적인 대손충당금 적립을 요구했다.

그러나 최근 금융청이 요주의 기업군에 대한 은행들의 ‘자체적인 대출심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창업초기 적자에도 불구하고 높은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이 기대되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에 대한 신규자금 제공 환경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두 번째는 일본 은행업계 자체의 수익성 제고 필요성 때문이다.

은행업계는 지금 저금리 국채 중심의 자산운용에서 벗어난 수익성 제고 방안이 절실하다.

이에 업계는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일본 대형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공격성 강화 움직임은 은행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는 사업 기반을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등으로 확대하고 나아가 기업 경영난 타개나 기업회생 방안 등에 대한 심사 및 자문 능력을 지속적으로 배양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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