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포 부지점장만 3명 … 인사적체 심각

지점장 꿈 이루지 못한 정년퇴임자 늘어나

<대한금융신문=차진형 기자>시중은행의 인사적체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15명으로 구성된 소형 점포에 부지점장이 2명 이상 배치되거나 대형 기업금융점포엔 부지점장 직함을 가진 이들이 10명이나 된다.

지점 수는 한정돼 있는데 매년 승진 대상자가 넘쳐나 빚어진 현상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점 수는 989개인데 반해 부지점장은 2500명에 달한다. 점포 당 2.5명에 달하는 수치다.

신한은행 역시 점포 당 부지점장 수는 1.9명에 달한다.

부지점장이 가장 넘쳐나는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출장소를 포함한 지점 수는 1202개인데 반해 부지점장에 해당하는 인력은 4644명이다.

점포 당 부지점장이 3명꼴로 배치됐다는 이야기다.

이들의 지점 내 직함도 제각각이다.

소매금융 부지점장, 여신담당 부지점장, 기업고객 부지점장 등 점포 규모와 상관없이 붙여진 직함이다.

A은행 관계자는 “사실 12명 이하인 점포에는 지점장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형 점포에도 부지점장이 2명이나 배치되는 등 위로 갈수록 인사적체 현상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직함 역시 세분화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따져보면 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한 고육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은행 점포마다 부지점장이 넘쳐나는 이유는 공급보다 수요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1990년 초반까지 은행들이 점포를 공격적으로 확장해 나가면서 신입 행원들을 대거 채용했는데 오늘에 와서야 이들이 관리자가 되는 시점에 도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이 관리자가 됐을 때 은행산업은 급변해 이전과 같이 공격적으로 지점 수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실제 우리은행의 경우 해마다 물러나는 지점장 수는 100~150명 정도인데 반해 승진 대상자는 2000명에 달한다.

부지점장이 되고도 치열한 경쟁이 기다릴 뿐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부지점장이 되고 나서 인사고과만 잘 관리하면 5년 뒤 지점장이 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리 잘해도 경쟁이 치열해 지점장이 되는 게 하늘의 별따기다”라며 “최근에는 지점장을 해보지도 못하고 정년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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