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에 정부기금 수익 유용 논란까지

직원 사기저하·윤경은 사장 리더십 타격

<대한금융신문=서병곤 기자>현대증권이 올해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대규모 인원감축 단행을 비롯해 매각 본입찰 연기, 신용등급 강등 우려, 최근 불거진 정부 기금운용 수익금 유용 논란까지 계속해서 고난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의 고난의 시작은 실적악화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이다.

현대증권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업황 부진 장기화로 FY2012(2012년 4월~2013년 3월)에 627억원의 순손실을 냈으며 FY2013(2013년 3~12월)에도 42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사측은 지난해 말부터 외부 컨설팅 업체에 비용절감을 위한 경영 진단을 의뢰했다.

경영 진단을 통해 연간 800억원 이상, 특히 리테일 사업부문은 최대 1000억원 이상 영업손실이 예측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사측은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현대증권은 지난 10월 전까지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400여명을 퇴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타사보다 낮은 퇴직위로금 지급 등의 문제로 노조와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천신만고 끝에 이뤄진 인원감축은 비용절감을 위한 일환인과 동시에 매각을 추진하고 현대증권의 몸값 높이기와도 직결된다.

현재 인수전에 뛰어든 일본 금융그룹인 오릭스, 토종 사모펀드 파인스트리스, 중국 금융그룹 푸싱 중 한곳이 올해 현대증권의 새 주인이 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사측은 헐값에 매각되는 것을 우려해 매각 본입찰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대증권이 본입찰까지 추가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해 매각 가치를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또 다시 노사 간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 현대증권의 발목을 잡는 불안 요인 중 하나다.

앞서 지난 7월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증권의 무보증 금융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에서 AA-(안정적)로 내렸으며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에 대해서만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 바 있다.

이들 평가사는 현재 현대증권이 기준금리 인하 덕분에 자기매매손실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수익 비중이 큰 위탁매매 부문에서 눈에 띄게 실적 개선을 꾀하지 못한다면 추가 신용등급 강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불거진 정부기금 운용 수익금 유용 논란도 현대증권을 옥죄고 있다.

지난 12일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을 통해 현대증권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기금 14조원을 랩어카운트로 운용한 과정에서 1200억원의 수익금을 다른 고객계좌로 빼돌려다는 사실이 적발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현대증권을 비롯해 증권업계의 정부기금 운용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를 강력히 촉구하면서 증권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기금 운용 비리가 속속히 드러날 경우 자칫 증권사 폐업이라는 제재가 가하질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 부진한 실적을 보인 현대증권이 올 3분기에 순이익 238억원을 올리며 모처럼 직원들이 웃음꽃이 핀 상황에서 이번 기금 운용 수익금 유용 논란은 이들의 사기를 또 다시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며 “이는 또한 인원감축 과정에서 노조를 설득해 갈등을 잠재웠던 윤경은 사장의 경영리더십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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