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검토 나섰지만 서로 눈치만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무료 경쟁 가속

<대한금융신문=차진형 기자>임종룡 신임 금융위원장 한마디에 은행권이 발칵 뒤집혔다.

사건의 발단은 임종룡 위원장이 금융사에 수수료 산정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밝히면서 부터다.

이 발언의 요지는 기준금리가 1%대에 떨어지면서 이자마진에 편중된 기존 은행의 수익구조에서 새로운 수수료 수익원 발굴로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단 시중은행들은 수수료 체계에 대한 내부 검토에 들어간 상태지만 선뜻 시행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주 원인으로는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계좌이동제 때문이다.

계좌이동제란 고객이 은행 주거래계좌를 타 은행으로 옮길 경우 기존 계좌에 연결된 급여이체나 공과금 등 자동이체 내역들을 별도 신청 없이 이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결제계좌 변경 등의 번거로움으로 인해 쉽게 주거래 은행을 바꿀 수 없었던 고객들의 이동이 한층 쉬워지게 된다.

따라서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인해 더욱 수수료가 싼 은행으로 고객이 몰릴 수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재 수수료 개편과 관련해 송금, CD/ATM 이용 수수료 등 손해 분석을 하고 있지만 이들 부문을 정상화하기 힘들다”며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고객들은 조금이라도 금리우대를 해주는 곳, 수수료가 낮은 곳으로 이동할 게 뻔한데 누가 수수료를 정상화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고객들의 반발심을 줄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수료를 신설해야 한다.

가장 유력 시 되는 수수료가 PB자문수수료다.

PB자문수수료는 오랫동안 은행권에서 검토했던 부문이지만 VIP고객들을 잡기 위해 사실상 무료로 부동산투자, 상속, 증여 등과 같은 재무적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제대로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해주고 자문수수료를 요구할 환경이 도래됐다.

하지만 이 또한 고객들의 인식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투자자문업을 통해 수수료 기반 수익구조를 확대하기 위해선 투자자문 수수료 체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투자자산 규모와 연동해 수수료를 수취하는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서비스는 무료’라는 고객 인식의 전환이 없으면 정착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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