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운용사 수익률 조작 사실상 인정

금감원 규제안 마련 착수…시장위축 우려

<대한금융신문=서병곤 기자>최근 주가연계증권(ELS) 운용자의 부정행위에 대해 집단소송을 허용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ELS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시·감독 강화가 예고된 가운데 저금리 시대의 대안으로 크게 각광받고 있는 ELS의 인기행진에 제동이 걸리는 건 아닌지 증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양모씨 등 2명이 로얄뱅크오브캐나다(RBC)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허가해 달라고 신청한 사건에서 소송을 불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들은 지난 2008년 4월 한화투자증권의 ‘한화스마트ELS제10호’에 투자했다가 만기상환일에 장 마감 직전 기초자산(SK보통주)의 가격이 급락한 탓에 25.4%의 손실을 입게 됐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상품을 실질적으로 운용했던 RBC가 의도적으로 SK 보통주 물량을 팔아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1심과 2심에서는 “현행법상 시세조종 이후의 거래로 손해를 본 경우만 집단소송을 할 수 있다”며 이미 상품을 보유했던 양씨 등은 소송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결했다.

1심과 2심을 뒤집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이에 금융감독원은 불공정 거래 단속 차원에서 ELS 기초자산의 쏠림 현상, 불완전 판매 등에 대해 집중 조사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ELS를 발행하는 23개 증권사 업무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ELS 실태점검에 나섰으며 조사 결과 현대증권 등 몇몇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설명한 내용과 달리 해외 부동산 등 다른 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ELS에 대한 투자자 보호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 시세조작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와 관련한 불공정행위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며 “오는 7월부터 형사처벌이 안 되는 미미한 사건에 대해서도 부당이득의 1.5배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한 상황이라 이를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금감원의 이 같은 방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ELS 운용 및 기초자산 구성, 불완전판매 단속 측면에서 규제가 만들어질 경우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법원의 판결로 다시 회자된 ELS 운용자의 부정행위 이슈가 ELS에 대한 투자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건 아닌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원심을 뒤집는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현재 금융당국이 ELS 규제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규제가 강화될 경우 주식워런트증권(ELW)처럼 찬밥 신세로 전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때 조 단위로 거래되는 등 개인투자자에게 큰 인기를 누렸던 ELW는 2011년 발생한 ‘ELW 스캘퍼 불공정거래 사건’ 이후 각종 규제가 쏟아지면서 현재 시장규모가 크게 쪼그라든 상태다.

또 다른 관계자는 “ELS의 투자 신뢰도 추락 역시 걱정되는 부분이다”며 “현재 ELS 운용자의 부정행위 이슈가 재부각되면서 이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ELS 가입을 꺼리거나 해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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