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통합 저물고 오픈 플랫폼 시대 등장할 것

<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지난 10년간 한국 금융IT의 근간을 유지해온 차세대가 디지털 뱅크의 등장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시스템 노후화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교체를 앞두고 있는 금융회사들은 핀테크 및 디지털 뱅크 시대가 도래하며 적게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에 달하는 차세대 사업을 추진해야 할 당위성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차세대 사업 및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는 금융권의 제안요청서(RFP)만 봐도 지난해 말부터 시스템 통합이 아닌 핀테크 및 비대면 채널 사업 전략에 대한 요구사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 증권사 IT사업부 관계자는 “시스템이 노후화돼 교체를 해야 할 시기지만 지난해 국민은행 사태와 맞물려 경영진에게 차세대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러워졌다”며 “지금까지 차세대라는 명목으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HW/SW를 일제히 교체했지만 앞으로는 다른 명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세대시스템은 지난 10년간 금융회사의 빠르고 정확한 업무처리를 위해 시스템 및 고객정보통합을 최우선 순위로 뒀다.

하지만 이제 시대의 변화와 함께 회사 내부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통합(SI)을 넘어 고객 만족을 가장 앞단에 둔 디지털 뱅크로 금융IT의 패러다임이 대체되고 있다.

금융회사와 IT기업 또한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하며 ‘차세대’라는 용어 자체에 진부함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다.

대형 시스템통합(SI) 기업들도 대외 이미지 제고를 위해 유지했던 금융사업을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끌어갈 필요성이 더 이상 없어졌다.

삼성SDS가 2013년 대외금융사업을 전면 중단한데 이어 LG CNS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금융사업본부와 공공사업본부를 하나의 부서로 통합했다.

올해 SK와 합병하는 SK C&C 또한 금융사업부 조직에 큰 변화가 예측되고 있다.

금융IT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디지털 뱅크 시대에는 용역을 통한 시스템 구축이 아닌 금융사의 오픈 금융플랫폼(API)을 통해 금융IT시장의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이컨설팅 김인현 대표는 “애플의 앱스토어에 개별 회사들이 자사가 개발한 앱을 올려놓고 자유롭게 서비스하는 것처럼 국내 금융IT시장 또한 금융회사가 구축해 놓은 오픈 플랫폼 위에 핀테크 및 금융솔루션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출시하는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며 “핀테크 이슈와 함께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오픈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지만 이 중 살아남게 될 플랫폼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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