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대출이력 등 금융정보 대신

성격, 주소변경 횟수 등으로 평가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매달 내는 통신료나 개인의 성격을 통해 신용을 평가하는 방법이 등장했다.

이러한 신용평가 방법은 대출이력, 채무액 등 금융기록에 의한 전통적인 평가기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평가기법으로 주목받으며 세계 각국에서 활용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개인대상 신용평가모델 개발회사 피코(FICO)는 제도권 신용대출을 이용하지 못하는 개인을 위해 새로운 신용평점모델을 개발했다.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은 은행, 신용카드사 등 피코의 신용평점을 사용하는 금융기관의 요구에 따라 약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마련됐다.

피코가 개발한 새로운 신용평점모델은 대출이력, 채무액 등의 금융결제정보가 아닌 통신료, 에너지사용료, 임대료 등의 비금융결제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비금융결제정보는 신용평가기관 에퀴팩스(Equifax)가 제공하는 유선전화료, 무선전화료 등의 시계열통계와 리스크관리 데이터 업체인 렉시스넥시스 리스크 솔루션(LexisNexis Risk Solutions)이 제공하는 주소변경 등의 공개기록 정보를 각각 취합한 결과물이다.

피코는 이렇게 취합된 정보를 통해 그동안 신용평점을 보유하지 못한 금융소외자들에게 새로운 신용점수를 부여한다.

이번 신용평점모델의 개발로 그동안 신용평점을 받지 못했던 5300만명의 미국인들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피코의 시범운영 결과 실제 이 중 1500만명이 새 신용점수를 받았으며, 그 중 3분의 1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이들은 6개월 이상 연체기록이 없으면 620점을 신규로 획득해 자동차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의 여타 대출도 받을 수 있다.

특히 미국 금융기관의 소비자대출 중 약 90%가 피코의 신용평점에 근거해 이뤄지는 만큼 금융소외자들의 제도권 신용대출 이용이 촉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통신료, 임대료 등의 결제정보뿐 아니라 사람의 성격을 파악해 대출을 심사하는 방법도 등장했다.

미국의 재무 테크닉기업 이에프엘(EFL)은 하버드대 아심 크와자(Asim Khwaja) 교수와 베일리 클링거(Bailey Klinger) 박사의 리서치와 성공한 사업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분석해 사람의 성격을 신용평가에 적용했다.

이 평가방법은 대출 신청자의 △사업수완 △지능 △정직성 △성품을 평가해 신용점수로 환산, 점수가 높을수록 상환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에프엘의 신용평가 방법은 현재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 27개 신흥국 금융기관에서 사용 중이며 약 20만개의 신용평가가 진행된 바 있다.

영국의 빅데이터 기업 비주얼DNA(VisualDNA)도 심리학과 빅데이터를 결합해 대출 신청자의 평소 취향, 습관 또는 생각을 분석해 신용도를 평가하고 있다.

비주얼DNA 역시 터키, 남아공, 러시아, 영국 등 세계 각국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인성평가 방법은 대출 부실률 감소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엘에프의 인성평가를 활용하는 인도네시아 BTPN 은행은 소액대출 부실률이 31% 감소했으며, 비주얼DNA의 인성평가를 활용하는 마스타카드 역시 부실률이 23% 줄었다.

금융권 전문가는 “신용평가 방법에 대한 개선 노력은 금융소비자의 합리적인 제도권 신용접근을 촉진시킬 뿐 아니라 실물경기를 진작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며 “국내 금융회사들도 이와 같은 새로운 신용평가 기법의 적극적인 개발 노력과 도입 시도로 서민층 대상 여신 사업의 확대와 신규고객 발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