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최근 퇴직연금 추가 납입분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가 늘어나면서 국내 금융회사 IRP 담당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개인형 퇴직연금인 IRP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지금, 그러나 정작 가입 대상자인 근로자들 대부분은 IRP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본지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 금융기관 IRP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내용을 바탕으로 IRP의 개념부터 효율적인 적립 및 투자방법, 수령방식 등 IRP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을 파헤쳐본다.

IRP계좌로 해외 투자하면 절세 ‘쏠쏠’
요즘 국내 경기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해외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 주식은 직접 투자하거나 펀드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문제는 세금이다. 국내 주식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발생한 매매차익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지만 해외 주식 투자에서 발생한 매매차익은 과세 대상이다.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매매차익과 환차익에는 22%(지방소득세 포함)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단 양도소득은 분류과세 대상으로 다른 소득과 합산해 과세하지는 않는다.

펀드를 활용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도 투자수익 일체에 배당소득세(15.4%)를 부과한다. 각종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도 연간 2000만원이 넘으면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해당한다.

IRP계좌 활용은 이 같은 세금 부담을 덜면서 해외 투자를 하는 방법 중 하나다.

기존에는 IRP계좌에서 제공하는 금융상품의 경우 주식 등 위험자산에 40% 이상을 투자할 수 없었지만 올해 5월부터는 적립금 중 최소 30%만 원리금 보장 자산에 투자하면 나머지 70%는 원리금 비보장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원리금 비보장 자산에는 해외주식형 펀드와 해외채권형 펀드도 포함된다.

원래 IRP계좌에서 발생한 운용수익에는 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배당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으며 당연히 금융소득 종합과세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연금을 수령할 때도 낮은 세율(3.3~5.5%)로 과세한다. 따라서 IRP계좌에서 제공하는 펀드를 활용해 해외 투자를 하면 세금도 줄이고 과세 시기도 뒤로 미룰 수 있다.

특히 퇴직금으로 해외 투자를 고려한다면 IRP계좌를 활용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거액의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한 다음 해외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면 자칫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해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하면서 세금을 떼고 2억원을 손에 쥐었을 경우 이 돈을 해외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연 10% 이상 수익이 나면 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 해당되는 것이다.

하지만 퇴직금을 IRP계좌에 이체한 다음 해외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면 당장 퇴직소득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우려도 덜 수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요즘 미국과 일본에서는 자산을 어느 곳에 ‘위치(Location)’시킬 것인가를 중요하게 다루는 자산 로케이션이 유행한다”며 “동일한 수익을 가져다 주는 금융자산을 운용할 때 세금을 덜 내는 곳에 위치시켜놓고 운용하는 방법으로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해외 투자를 할 경우 세제 혜택이 있는 IRP계좌를 활용하는 것이 바로 자산 로케이션이다”라고 말했다.

적립금 중도인출 … 세금 추가로 토해내야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가 IRP계좌에 추가로 자금을 저축하면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미 퇴직한 사람도 IRP계좌에 퇴직금을 맡기면 퇴직소득세를 30%나 줄일 수 있다.

단 이 모든 혜택은 ‘적립금을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한다’는 전제 하에 주어지는 것이다.

만약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목돈이 필요해질 경우 IRP계좌 적립금 중 일부만 빼내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IRP계좌 적립금 중도인출은 현재로서는 주택 구입, 요양, 파산, 개인회생, 천재지변 등 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만 허용된다. 이 밖의 경우에는 중도 인출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적립금을 빼려면 계좌 전체를 해지할 수밖에 없다.

중도 인출을 하든 계좌를 해지하든 연금 이외의 방법으로 적립금을 찾는 것을 ‘연금 외 수령’이라고 한다.

연금 외 수령에 해당하면 연금으로 받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어떤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할지는 소득 원천에 따라 달라진다. IRP계좌 적립금은 소득 원천에 따라 크게 △퇴직금 △추가납입금 △운용수익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퇴직금부터 살펴보면 근로자가 퇴직할 때 퇴직금을 IRP계좌로 이체하면 당장은 퇴직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다. 이미 수령한 퇴직금을 다시 IRP계좌에 입금해도 퇴직소득세를 환급받는다. 하지만 영원히 퇴직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퇴직금을 찾아 쓸 때까지만 세금 납부를 미뤄둘 뿐이다.

세금 종류와 크기는 연금으로 받느냐 아니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 적립금을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받으면 연금소득세를 납부한다. 이때는 본래 납부해야 했던 퇴직소득세의 70%만 납부하면 된다. 하지만 연금 외 수령에 해당하면 그동안 미뤄뒀던 퇴직소득세를 한꺼번에 납부해야 하며 세금 감면 혜택도 없다.

소득 원천이 근로자의 추가적립금일 때는 세액공제를 받은 돈과 그렇지 못한 돈으로 나눌 수 있다. 적립할 때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 돈에 대해서는 찾아 쓸 때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에는 16.5%의 기타소득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율이 13.2%인 것에 비해 3.3% 만큼 손해를 보는 셈이다.

그렇다면 추가적립금이나 퇴직금을 운용해서 얻은 수익에는 어떤 세금이 얼마나 부과될까.

금융상품에 가입해서 얻은 이자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매년 15.4%의 소득세가 부과되지만 IRP계좌는 그렇지 않다. 적립금을 운용하는 동안에는 별도의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다가 나중에 연금을 수령할 때 연금소득세(3.3~5.5%)를 납부한다. 과세 시기도 늦출 수 있고 낮은 세율로 과세되기 때문에 그만큼 이득이다.

하지만 적립금을 중도에 인출하거나 계좌를 해지하면 그동안 발생한 운용수익에 대해 기타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기타소득세율이 16.5%이므로 일반 금융소득에 대한 이자나 배당세율(15.4%)과 비교하면 1.1%만큼 세금을 더 내는 셈이다.

소득 원천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지만 IRP계좌 적립금을 중도에 인출하거나 계좌 자체를 해지하면 그동안 받았던 세제 혜택보다 많은 것을 토해내야 한다.

하지만 가입자가 사망하거나 해외로 이주할 수도 있고 파산하거나 개인회생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가입자나 그의 부양가족이 요양 중일 수도 있고 천재지변이 일어나 목돈이 필요할 수도 있다. 금융회사의 영업정지로 어쩔 수 없이 IRP계좌를 해지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관련 법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몇 가지 부득이한 사유를 정해놓고 여기에 해당되면 중도에 인출하거나 계좌를 해지해도 ‘연금소득’으로 과세를 한다. 소득 원천이 퇴직금이면 퇴직소득세율의 70%만 연금소득세가 부과되고 세액공제를 받은 추가적립금과 운용수익에 대해서는 연금소득세율(3.3~5.5%)로 세금이 부과된다. 이 경우 금액과 상관없이 분리과세로 과세가 끝나기 때문에 종합과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세액공제 안받은 금액, 근거 제출해야 ‘혜택’
IRP계좌의 추가 납입 한도는 연간 1200만원이다. 하지만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연금저축과 합쳐도 최대 7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따라서 IRP 적립금 중에는 세액공제 한도를 넘어서 저축했거나 세액공제 한도 이하로 저축했다고 하더라도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신청을 하지 않은 금액이 있을 수 있다.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금액은 나중에 중도 인출하거나 연금으로 찾아 쓸 때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세금을 내지 않으려면 세액공제를 받지 않았다는 증빙서류를 금융회사에 제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금융회사는 인출한 금액을 과세대상 소득으로 보고 기타소득세와 연금소득세를 부과한다.

세액공제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

먼저 한 금융기관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계좌(IRP와 연금저축)가 하나만 있을 경우를 가정해보자.

근로자가 세액(소득)공제 한도를 초과해 저축을 하고 세액(소득)공제 한도까지 모두 공제를 받았다면 별도의 증빙서류를 금융기관에 제출할 필요가 없다. 적립금을 인출할 때 금융회사가 알아서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금액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액(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연말정산 때 신청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때는 관할세무서에서 ‘연금보험료 등 소득·세액공제확인서(이하 세액공제확인서)’를 발급받아 금융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국세청 홈택스(www.hometax.go.kr)를 이용하면 인터넷으로도 세액공제 확인서를 쉽게 발급받을 수 있다. 금융기관에서는 해당 금융기관에 저축한 금액과 세액공제 확인서 상의 공제액을 비교해 초과 금액을 인출할 때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연금저축과 IRP를 여러 금융기관에 여러 개의 계좌를 개설했을 경우는 절차가 좀 복잡하다.

여러 금융기관에 연금계좌가 흩어져 있고 적립금 중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금액이 있을 경우 먼저 관할세무서나 홈택스에서 세액공제 확인서를 뗀 다음 연금 계좌를 개설한 다른 금융회사에서 ‘연금납입확인서’를 발급받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자료를 제출받은 금융회사는 전체 금융기관의 저축금액을 합한 다음 이를 세액공제 확인서 상의 공제액과 비교한다. 공제액을 초과해 저축한 금액이 있으면 이 금액을 우선 인출하고 여기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자료제공: 미래에셋은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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