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협 “불공정 계약” 기존계약 폐지 및 재계약 요구

 
“농협보험 방카비중 높고 방카룰 제한 없어 파장 클 것”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농협생명·손해보험(이하 ‘농협보험’)과 지역 농·축협법인 간 방카슈랑스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12년 3월 신경분리 후 만 3년째를 맞으면서 올해 3월 1일자로 지역 농·축협과 금융기관 보험대리점 계약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지역 농·축협이 기존 계약 폐지 및 계약변경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국 농·축협보험판매계약갱신협의회(이하 ‘전보협’)에 따르면 현재 1136개 지역농·축협법인 가운데 40%에 가까운 417개(7일 기준)법인이 계약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2012년 당시 체결된 계약이 충분한 검토시간 없이 졸속으로 치러져 농·축협에 불리하게 체결됐으며, 기존 공제시절과 같은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아 불공정한 계약이라며 기존 계약의 폐지와 계약변경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보협 관계자는 “2012년 사업구조 개편 당시 금융기관 보험대리점으로 위·수탁계약을 체결한데 있어 계약서에 대한 충분한 검토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고 당시 중앙회에서 지도문서 상으로 기존과 유사한 수준으로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는 내용만 믿고 계약을 해 사실상 불공정한 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을 판매하는 원수사에서 대리점으로 지위가 바뀌는 중요한 사항이었음에도 중앙회가 지주사 전환이 바쁘다며 계약서에 직인을 찍어 급히 보내라고 종용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공청회 등을 통한 업무변화나 수수료 변경 등에 대한 설명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불공정한 계약이었다는 것.

이 같은 주장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왔으나 농협보험은 보험업법상 정해진 선에서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며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현재 농협보험의 전체 수입보험료 가운데 방카슈랑스 비중이 90%를 넘어서는 등 의존이 큰데다 방카룰 규제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 인상 등이 이뤄질 경우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월 말 기준 농협생명이 거둬들인 총 수입보험료(초회) 가운데 방카슈랑스 비중은 95.65%에 달한다. 농협손보도 계약의 90% 이상이 방카슈랑스를 통해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재계약 협상을 요구하고 나선 법인이 올 초 178개에서 이달 현재 400여개로 늘어난데다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더이상 무대응으로 밀고 나갈 수만도 없게 됐다.

이에 지난달 29일 농협생·손보 대표이사를 비롯한 실무진과 전보협 담당자들이 모인 첫 협상테이블이 마련됐으며, 지난 9~10일 양일에 걸쳐 2차 본협상이 이뤄졌다.

전보협 허건희 공동간사단장은 “당시 졸속으로 처리된 계약이기 때문에 다시금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어 마련된 자리”라며 “단 현재 입장차가 판이해 온도차가 큰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협상과정이 순탄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차 협상의 경우 아무런 진전 없이 끝났으며 2차 본협상 역시 난항을 겪어 밤늦게까지 협상이 진행됐으나 큰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노협 관계자는 “1차 협상 당시 2차협상 전까지 합약서 및 협상안을 보내주기로 했는데 이조차 지키지 않았다”며 “일방적으로 약속을 어기는 등 사실상 협상할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2차 본협상에서 보험사가 제시한 협상안 내용도 전혀 논의할 가치를 못 느끼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농협보험이 아직까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결과 도출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농협보험 관계자는 “이제 협상테이블에 처음 앉은 것”이라며 “초반에는 시책을 통해 우회적으로 수수료를 보존하겠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아직까지 확실히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보협뿐 아니라 지역농협과 농협금융 계열사 간 여러 관계가 얽혀 있어 이번 협상이 다른 분쟁에 영향을 줄까 더 조심스러운 반응이란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보험사와 보험대리점 간 상품판매에 대한 위·수탁계약은 서로 간에 계약사항이 맞지 않으면 파기할 수 있다. 그러나 농협의 경우 여타의 보험-은행 간의 방카슈랑스 계약과 달리 같은 조직으로 묶여있는 특수한 형태인데다 현재 농협생·손보 계약의 대부분이 지역 농·축협을 통해 체결되고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측돼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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